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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자회사 대출사기 금융권 소송전···구조설계한 농협 “나몰라라”

KT 자회사 대출사기 금융권 소송전···구조설계한 농협 “나몰라라”

등록 2014.02.07 15:04

수정 2014.02.07 15:55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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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자회사인 KT ENS 은행 대출사기와 관련해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이 사건은 대출사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금융사간 법적 분쟁까지 예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출을 구조화한 농협까지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고 있어 금융사간 소송전도 예상된다.

7일 서울경찰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KT ENS 직원 김모씨가 6개 협력업체들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위 매출채권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금액은 하나은행 1624억원, 농협은행 296억원, 국민은행 296억원 등 총 2216억원이다. 이외 BS저축은행 등 10곳에서 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이 사건은 김씨가 단독으로 대출을 하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감원이 6일 조사한 결과 매출채권을 위조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6개 협력업체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위조해줬고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챙겨왔다. 또 차량 리스비용도 업체에서 부담했다.

특히 금감원과 경찰은 김씨와 협렵업체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이 대출사기를 위해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서도 “이 회사에서는 매출이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경찰 역시 “협력업체들은 대출금 돌려막기를 위해 대출을 계속해서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사간 대규모 소송전 예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NH농협은행과 , KB국민은행, 하나은행, KT ENS는 책임 공방으로 뜨거워 지고 있다.

KT ENS는 “이번 사건은 직원의 대출사기 행위로 대출관련 서류는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출의 구조를 설계한 농협은행은 KT ENS 측에 반박에 “법인 인감과 채권양도승낙서를 받아 사업협약에 따라 대출이 실행된 것이다”며 “당연히 KT ENS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뜻을 나타냈다.

국민은행과 농협과의 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이 상품은 ABL(Aseet Backe Loan)으로 농협에서 구조화하고 증권사 등과 함께 신탁기관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탁회사가 이를 보증하기 때문에 이번 대출사건에는 신탁회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었다.

국민은행은 KT ENS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은행은 농협은행에서 구조화하고 신탁기관으로 역할을 한 ABL(Asset Backed Loan)에 2회에 걸쳐 단순 참가은행으로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어 “대출절차와 심사과정에 문제는 전혀 없었고 신탁기관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보도자료를 낸 이후 농협은행도 발끈했다. 농협은행은 “‘수익권증서에서 권면액과 신탁원본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며 “국민은행 주장과 달리 신탁기관인 농협은행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는 원본 보전 의무가 없는 증서”라고 반박했다.

하나은행과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400억가량 하나은행의 지급보증을 섰던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지급보증 담보자체가 가짜인 만큼 책임이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법적 자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팔장끼고 있는 농협
경찰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SPC가 대출사기를 위해 설립됐을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이번 대출을 구조화한 농협에 대한 책임공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대출사기를 목적으로 만든 SPC에 농협이 상품을 설계했고 심지어는 다른 은행까지 끌어드린 셈이다. 실제 KT ENS 납품업체 대부분은 상품 구매가 없었다. 상품을 설계하는 농협은 확인도 하지 않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함께 대출에 참여했다는 의미 자체가 리스크를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역으로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는 수많은 상품을 만들어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농협은 상품을 설계하고 조사자체를 해보지도 않고 이제는 다른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더욱 확산될 우려가 높은 것은 ABL자체를 다른상품으로 변형시켜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BL을 구조화하면서 다른 상품으로 만들수 있는데 문제는 신탁회사가 아니라 리스크 상품으로 만들어 증권사나 금융사로 넘겼다면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사건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유량주택담보대출)을 구조화시켜 전 세계 은행에 판매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번 대출사기가 향후 금융권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사안이 워낙 커 향후 파장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며 “문제는 모든 설계를 맡았던 농협 조차도 책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향후 금융사간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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