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카드사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캐피탈도 권한 축소

우리카드·우리금융캐피탈 '임원 선임 사전 합의' 문구 삭제

우리금융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 지침 개정 후속 조치

그래픽=박혜수 기자

우리카드가 임원 선임 시 지주회사와 사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배구조 내부규범 조항을 수정했다.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사전 합의 문구를 삭제했다. 앞서 지난 10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사전합의제를 없애겠다고 한 뒤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을 손본 것에 대한 후속 조치란 해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안을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변경 대상 조항은 제4장 제3절 제31조 1항과 3항이다. 제31조 1항의 '임원(등기이사 제외)은 지주회사와 사전합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선임하며 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한다'라는 문장이 '임원(등기이사 제외)은 대표이사가 선임하며 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한다'로 바뀌었다.

3항 역시 지주회사와 관련된 문구가 삭제됐다. '제2항에도 불구하고 전략기획·재무관리·위험관리 업무를 집행하는 업무집행책임자(이하 주요업무집행책임자) 및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는 지주회사와 사전 합의를 거쳐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가 '제2항에도 불구하고 전략기획·재무관리·위험관리 업무를 집행하는 업무집행책임자(이하 주요업무집행책임자) 및 준법감시인, 위험관리책임자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한다'로 수정됐다.

우리금융캐피탈도 지배구조 내부규정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제4장 제23조 제5항은 '이 회사는 이사가 아닌 임원을 둘 수 있으며 지주회사와 사전협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임면한다'라는 기존 조항이 개정됐다. 제5항은 '이 회사는 이사가 아닌 임원을 둘 수 있다'로 바뀌었고, 제6항 '그 밖에 임원의 선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임원관리규정에서 정하는 바를 따른다'가 신설됐다.

같은 조 2항의 지주회사 사전협의 내용은 유지됐다. 준법감시인·리스크관리책임자 및 전략기획·재무관리·리스크관리 업무를 집행하는 주요업무집행책임자는 지주회사와 사전협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임면한다는 내용이다. 이사회 결의사항은 지주사 협의사항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KB캐피탈의 경우에도 업무집행책임자는 대표이사의 임용결정으로 선임하지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주요업무집행책임자의 임면은 이사회 결의로 선임한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은 우리금융이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 지침 개정을 통해 사전합의제를 폐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전합의제는 자회사가 임원 선임 시 지주회사와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 관련 증인으로 출석해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해 그룹 전체를 개혁하고 계열사 자율 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 9월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구성과 역할 등을 규정한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우리카드의 경우 아직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논의 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규범개정은 자회사 임원인사 독립성보장 차원에서 진행했다"며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른 내부통제위원회는 설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