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7일 토요일

  • 서울 17℃

  • 인천 17℃

  • 백령 13℃

  • 춘천 16℃

  • 강릉 24℃

  • 청주 18℃

  • 수원 16℃

  • 안동 17℃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17℃

  • 전주 17℃

  • 광주 18℃

  • 목포 16℃

  • 여수 17℃

  • 대구 19℃

  • 울산 20℃

  • 창원 19℃

  • 부산 19℃

  • 제주 21℃

인터넷, 약이 되게 왜 못할까...

[칼럼] 인터넷, 약이 되게 왜 못할까...

등록 2008.06.21 13:40

강재규

  기자

【뉴스웨이=강재규 시사진단】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넷 약, 인터넷 독'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 자리에서였다.

한나라당 김성훈 디지털정당위원장이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면 기획적인 단계는 7월 중순이후 완비된 후 빨리 추진한다고 해도 8월 중순이나 말까지돼야 추진될 것"이라며 이른바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 보다 하루 전이었다.

이것은 인터넷 여론 흐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와 같은 개념의 '인터넷 사이드카'다.

의미는 파란불, 노란 불처럼 여론 민감도가 빨라지면 불빛이 자동으로 켜진다는 사이드 불빛을 뜻한다. 논란이 일자 그는 "여론 통제의 수단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의 주성영 의원이 이른바 '고대녀' 김지윤 학생에 대한 오발성 발언을 하며 역시 인터넷에 대해 심한 모독을 퍼부은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주 의원은 쇠고기 촛불집회를 확산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다음 아고라'를 가리켜 '비정상적 쓰레기장'이라며 대한민국 누리꾼들에 대한 폄훼발언을 퍼부으면서 인터넷상을 와글와글하게 만들고 있다.

그에 앞서 주 의원은 지난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터넷실명제 확대실시'를 제기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다음 아고라에 대해) 디지털 마오이즘이 판치는 토론방'이라거나 촛불집회에 대해 '천민민주주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등의 과격한 발언을 해 역시 인터넷을 달구게 했다.

▲ 아프리카TV(왼쪽), 다음 아고라 캡쳐
정부 여당이 인터넷에 유독 과민반응을 보이며 '인터넷 여론 통제'의 수순을 밟는 다른 한켠에서는 '인터넷 손보기'가 진행되는 것같아 가슴을 오싹하게 한다. 이른바 사이버 공안정국의 시작이 아니냐는 얘기다.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는 프로그램 사이트 '아프리카'의 대표를 구속수사하면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고 나서 대검찰청이 나섰다.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한민국 대검찰청이 보수언론 <조중동>에 대한 누리꾼들의 광고중단 압박운동을 문제삼으며 누리꾼들을 수사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은 20일이다.

대검찰청이 조중동의 광고주 압박운동을 벌이는 누리꾼들을 수사하기로 한 것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과잉 수사를 넘어 누리꾼들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한 직후 ‘행동대장’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특별지시에 발맞춘 대검의 이같은 움직임은 힐끗힐끗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보며 굽신굽신 알아서 주파수를 맞추는 정치검찰의 완벽부활을 알리고 있다며 진보쪽에서는 비난의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이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의 행동대장과 홍위병을 자처하며 소비자들의 정당한 소비자 주권운동을 마치 사이버테러폭도로 몰아가는 행태를 촛불 민심이 수용하고 스스로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누리꾼들의 <조.중.동> 광고중단 압박운동이후 이들 매체의 광고수주는 급격히 줄었다는 게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대기업 광고수주 건수에서 확연히 드러나기도 했다.

무수한 온오프라인 언론매체들 가운데서 유독 독과점적 지위와 권세를 누리던 <조.중.동>의 광고수주 격감은 여타 온오프 매체들에겐 '행복'이었다.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던 차에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처럼 다가온 것이다.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는 매체라고 해서 그들의 금고를 지켜주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행동대장으로 나서 조폭적 의리를 실천하고 있는 사법당국의 의도의 순수성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유독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터넷과 좋은 인연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자초한 부분이 많은 가운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때문에 실권한지 5년만에 되찾을 것도 가까스로 놓쳤고,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역바람만 된통 얻어맞았다.

이번 쇠고기 촛불만 해도 그렇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난리치고, 광장과 거리로 시민들을 뛰쳐나오게 한 인터넷이 아니었던들 재협상은 안됐지만 최소한의 추가협상이 어디 가능했겠는가.

쇠고기 수출입업자들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장사꾼이다. 저들에게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 인터넷을 무작정 사시안적으로, '신뢰없는 독'이라고 곱지않게 볼 수는 없다.

인터넷이 익명성 뒤에 숨어서 인터넷의 역기능을 방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나 건전한 토론의 장과 민의를 모아가는 과정을 싸잡아 비하하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더더욱 아니다.

'다음 아고라'가 쓰레기장이면 아고라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은 쓰레기 누리꾼인가? '다음 아고라'를 쓰레기장으로 볼 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쓰레기는 배출되게 마련인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몸도 땀이 나고 먼지가 앉아 때가 생기는 법인데, 몸이 온통 때라고 몰아붙여서야 되는가. 주 의원의 한없는 천박성을 보면서, 집권 한나라당과 이 정부는 왜 인터넷을 약이 되게 못할까 하는 생각이 돌연 든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dot@newsway.kr



뉴스웨이 강재규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