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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기자
등록 :
2013-06-10 09:10

수정 :
2013-06-10 09:11

큰소리 ‘뻥뻥’ 금융체제 개편 ‘용두사미’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안
강제 아닌 자율규제 결론
금감원 반발 밀린 금융위
감독체계 재편도 뒷걸음
정책금융 개편도 안갯 속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제도체제 개편 작업이 석 달 만에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지배구조·금융감독·정책금융·우리금융 민영화 등 4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특히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직’을 걸고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출발과 달리 흐지부지될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편방향에 대해 “지배구조 TF에서 논의된 내용을 법과 제도, 규정 등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며 “모범규준이나 가이드라인 등으로 지킬 것을 ‘권고’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해 강제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율적 규제를 통해 지키지 못한 경우 그 이유를 금융 당국과 시장에 소명케 하고 시장과 언론의 감시가 작동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부터 선진화해야 한다며 시작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시작부터 시장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민간부문의 지배구조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창조 금융’이 아닌 전형적인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컸다. 금융위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이 같은 시장의 비판 여론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TF 논의결과를 금융위가 정부에 건의하면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만들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감독체계 개편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이 남아있어 이미 정부안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신설보다는 금융감독원 내 설치된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감원이 지난달 7일 ‘2013년도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처의 기능을 강화한다”며 “조직과 인력을 대폭 보강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감지됐다. 결국 금감원의 반발에 금융위가 밀린 꼴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 당국의 감독 책임이 문제되면서 금감원에 집중된 감독권한을 조정하자는 여론이 생겼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연결돼 있다는 관측이 많다. KB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행정고시(20회) 출신으로 재경부 차관을 지낸 힘 있는 금융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회장을 MB정권 때처럼 ‘4대 천왕’으로 불릴 만한 비중 있는 인사로 앉히면 우리금융이 KB금융에 흡수되는 식의 민영화 작업에 회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의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론’을 주장하면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지만, 만만치 않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벽에 막혀 번번히 무산됐다.
하지만 정부지분이 단 1%도 없는 순수 민간회사의 수장을 정하는 회장 인사에 금융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민간부문의 인사에 정부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나타나는 결과는 정부의 뜻대로 돼가고 있어 신뢰성은 떨어진다. 신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신뢰가 생명”이라고 누차 강조해오고 있다.
정책금융 개편안은 아직까지 밑그림도 못 그리고 있다.
신 위원장은 “사실 4대 TF 중에 정책금융만 아직 그림이 안 그려졌다”며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고 기관통합, 기능재편 등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정해진 게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금융위는 정책금융 개편안을 오는 7월에 내놓을 예정이나, WTO 규정으로 쉽지 않은 선박금융공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늦춰져 8월에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박일경 기자 i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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