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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담합 毒杯(독배)인 줄은 아는데···

[포커스]건설사 담합 毒杯(독배)인 줄은 아는데···

등록 2014.10.15 07:30

수정 2014.10.15 08:54

김지성

  기자

4대강·호남고속철 등 올해 과징금만 1兆 육박과징금 처분 44곳 중 8곳 작년 영업이익 추월솜방망이 처벌·허술한 법망 유혹 빠지기 십상공사 수주시 마이너스 수익 불법 알고도 선택

입찰 담합(짬짜미)은 건설업계 최대 난제 중 하나다. 해묵은 사안인 터라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뿌리 깊은 건설업계 문제점이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내버려둘 수 없는 사안이다. 최근에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4대강사업 등 대규모 SOC 짬짜미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문제는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였졌지만 발주처인 정부 책임자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고 시공사인 건설사도 과징금만 부과받았을 뿐 입찰 제재조차 받지 않았다. 이해 당사자인 정부는 건설사의 부도덕함을, 건설사는 예산을 이유로 낮게 공사비를 책정한 정부의 압박을 운운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짬짜미가 우연일 수도, 필연일 수도 있겠지만 건설업계가 속칭 ‘노가다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사실은 틀림없다.<편집자 주>

건설사 담합 毒杯(독배)인 줄은 아는데··· 기사의 사진


올해 들어(8월까지) 건설사 짬짜미는 총 12건이 적발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4355억원) 등을 포함해 7493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짬짜미 조사가 지속되고 있어 올 연말까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44개 건설사 중 과징금 액수가 100억원이 넘는 17개사 중 8곳은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받았다.

과징금과 함께 내려진 관급공사 입찰제한 등 제재 탓에 해외에서 전입찰자격심사(PQ) 탈락 통보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짬짜미는 지난해 들어 적발 사례가 부쩍 늘었다. 최근 짬짜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전부터 건설업계에 만연한 고질병이라는 사실이다. 해외시장 선도를 꿈꾸는 국내 건설업계로서는 짬짜미 해결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짬짜미=최근들어서는 제2롯데월드 일대를 ‘싱크홀’(땅꺼짐) 공포로 몰아넣었던 9호선 건설공사를 수주했던 시공사들이 짬짜미를 한 것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조달청이 2009년 8월 입찰 공고한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석촌동을 연결하는 1500여m 구간) 공사 입찰에서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이 저가 수주를 피하고자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최근 공정위는 삼성물산(162억원)과 현대산업개발(28억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190억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기업의 실무자들은 사전 모임을 통해 이 공사의 추정금액(1998억원) 대비 삼성물산은 94.1%, 현대산업개발은 94.0%로 입찰하기로 하고 설계로만 경쟁하기로 했다.

입찰률이 95%를 넘으면 공정위가 짬짜미를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공정위의 조사는 피하면서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조사 결과 두 기업은 지난 2009년 입찰 과정에서 입찰가격을 맞춘 뒤 삼성물산이 낙찰받고, 현대산업개발이 들러리를 서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렇듯 건설사들의 짬짜미는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지만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통해 건설사들이 스스로 신고한 것이 대부분이다. 리니언시는 짬짜미 행위를 자진신고 했거나 증거를 제공한 업체에 과징금 전액 또는 일부 감면과 형사고발 면제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런 탓에 짬짜미를 주도했던 건설사가 이익을 얻은 후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전액 감면받는 폐단과 이 제도를 악용해 경쟁사에 피해를 주는 일부 건설사의 전략에 동원되는 일도 벌어져 제도 개선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혈세 낭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민단체 짬짜미 조사 관계자는 “통상 최저가 낙찰제도에서는 73% 선에서 낙찰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호남고속철 공사만 보더라도 78%~79% 선에서 낙찰받았다. 6%의 혈세가 더 들어갔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책임 안지는 분위기가 재발 조장=잇따른 건설사 짬짜미 소식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 압박과 방지책 마련 등 목소리가 거세다. 건설사들 역시 “변해야 산다”는 취지의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사뿐 아니라 발주처인 정부 관계자의 강력한 처벌과 책임 소재 파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턴키는 대형건설사 위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돼 경쟁이 제한적이다. 건설사들은 수주만 하면 최저가하도급 금액을 제하고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짬짜미의 유혹에 노출되기 일쑤다.

경인운하 사업만 보더라도 입찰 평가 방식이 가중치기준 방식(설계점수+가격점수)으로, 참여업체 간 일부 설계수준 조정과 입찰 가격만 짜 맞추면 쉽게 짬짜미를 할 수 있다.

턴키공사는 대부분 공구별 공사비가 수천억원 이상이 되고, 경쟁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90%대의 높은 낙찰률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그만큼 세금이 더 들어가게 된다.

실제 경인운하 사업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원도급사들은 총도급액 1조2025억원 중 6986억원(58.09%)을 하도급업체에 주고, 나머지 5038억원(41.91%)을 챙겼다.

원도급사 경비와 이익을 20%(2405억원) 정도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263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배후단지 공사까지 합치면 짬짜미를 통해 이 이상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턴키제도 문제 개선을 위한 대안이 없으면 대안 전까지 발주 중단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과징금 상향과 감면 규정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빈약한 과징금도 문제지만, 해당 기업들의 소송과 과징금 감면 조항으로 매우 줄어들 소지가 크다는 것.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관계자는 “공정위가 진정 입찰 짬짜미 근절 의지가 있다면, 과징금 상향조정은 물론 감면 조항 정비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관급공사 입찰제한 역시 해당 건설사의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점도 손 봐야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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