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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
등록 :
2015-04-14 09:28

수정 :
2015-04-14 10:57

[데스크칼럼]약자(弱者)와 책임의 차이

또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을 때는 그만큼 절박했을 것이라는 동정어린 시선이 크다.

그는 자원외교 비리의 중심이었다. 검찰이 보는 시선은 그랬다. 지난 3월18일 검찰은 전격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16일 만에 성 전 회장을 소환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인터뷰 내내 “억울하다”고 했다. 울음도 터뜨렸다. 한때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가 억울하다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은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폭로했다. 그가 남긴 종이 메모에는 정치과 정권 핵심인사의 이름이 고스란히 거론됐다. 성완종 리스트’가 ‘핵폭탄’급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리스트에 등장한 정치인들은 “모르는 일”, “성 전 회장을 만난 일도 없다”고 했다.

한 때 권력의 중심으로 꼽히는 국회의원 까지 지낸 성 전 회장이 이렇게 ‘약자’(弱者)의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현 사회적 구조를 대변해준다.

고대 그리스에는 고위층이 되기 위해서 많은 책임을 부여했다. 즉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많은 책임을 가져야만 했다. 사회 고위층의 도적적 의무를 말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출발도 이런 근간에 시작됐다.

권력자들 책임을 가지는 대신 약자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해왔다. 질서와 규칙, 법 등 권력자 명령에 절대 복종해왔다. 선택을 제한하게 하는 대신 책임은 오로지 권력자의 몫이었다.

이런 책임의식은 현대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책임은 약자에게 이동하고 권력만 남게 된 형국이다. 많은 권력자들을 남긴 대한민국 사회를 지켜보면 그런 현상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 등 만연한 비리에는 끝에는 책임 없었다. 이번 정부가 펼치고 있는 비리와의 전쟁은 비리 드러내기만 끝낼 것이 아니다. 권력자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필요하다.

검찰 역시 이같은 책임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 전 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에도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억울하다고 외쳤던 만큼 왜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도 들여다 봐야 한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다. 수사는 자칫 ‘혐의’에만 집중될 수 있다. 혐의가 없는 권력자는 결국 또 한번의 면죄부만 줄 수 있다.

독일 출신으로 작가이지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 학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을 취재하면서 아이히만을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 지 모르는 평범한 관료”라고 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 개념을 내놓으면서 책임에 대한 한탄을 쏟아냈다.

자유롭지 못한 책임과 권력자의 책임 그리고 약자의 책임이 구분되지 않는 이 사회를 이제는 제대로 들여다 볼때다.


최재영 정치경제부장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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