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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꽃들에 대한 인권 보고서···뉴질랜드에서 온 SOS 쪽지

‘그것이 알고싶다’, 꽃들에 대한 인권 보고서···뉴질랜드에서 온 SOS 쪽지

등록 2015.10.31 18:15

김아름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 꽃들에 대한 인권 보고서···뉴질랜드에서 온 SOS 쪽지 기사의 사진


평화로운 나라에서 들려온 SOS 요청

뉴질랜드의 한적한 도시, 한 여성에 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젊은 여자가 보안이 철통같은 아파트에 감금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를 가둔 업주는 유독 한국 사람의 접근을 철저히 막는다고 한다. 보초를 선 남자들 뒤편, 그녀는 왜 그곳에 갇혀있는 것일까?그녀와 같은 색 눈과 피부를 가진 잭키(가명). 그 역시 사람들로부터 소문을 전해 듣게 된다. 잭키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그녀가 일한다는 성매매 업소의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어떤 이유로 감금당한 건지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한인 여성을 마주하게 되었다. 쉽게 경계를 풀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쪽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대화를 써내려 갔다.

오랜 시간 답하기를 주저하던 그녀는 어렵게 이름을 밝혀왔다. 봄이라고 했다. 봄이는 자신이 일하는 업소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다른 층에는 그녀 말고도 갇혀있는 여성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문 밖, 둘을 향한 감시를 피해 봄이의 은밀한 구조요청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잭키는 그녀의 전언이 적힌 쪽지를 들고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경찰의 본격적인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시 재촉해 보았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여전히 ‘수사중’이라는 말이었다. 한국 영사관도 같은 대답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이 봄이가 있다는 업소로 찾아갔을 땐 그녀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것이 알고싶다’, 꽃들에 대한 인권 보고서···뉴질랜드에서 온 SOS 쪽지 기사의 사진


◆ 사라진 봄이를 찾기 위한 조각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그녀가 남긴 SOS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봄이가 지나갔을 발자취를 따라나서 보기로 했다. 먼저 국내여성들을 해외에 소개했다는 성매매 브로커와 접선했다. 이제는 지난 이야기라며 그녀들을 어떻게 해외로 내보내는지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돌아오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쉽게 이어가지 못했다.

“들어보니까 감금시키고 이런 것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약을 일부러 좀 주는데도 있고, 약을 했으니까 계속 일을 시킬 수 있는 거지요.” - 브로커 인터뷰 中

호주지역 업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한 한국 여성도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녀는 봄이의 이야기는 곧 자신의 이야기라며 아픈 과거를 들려주었다.

“저같이 공항에서 잡히고 그랬나봐요. 안 당해 본 사람은 몰라요. 도망치려고 하면 잡히고.” - 실비아 (가명)

◆ 합법과 불법,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그녀들

합법의 얼굴을 하고 수많은 봄이들을 유혹하는 나라들, 그 이면에는 그녀들을 옭아매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불법인 한국에서는 단속에 시달리고 합법인 국가에서도 불법 신분인 해외 성매매 여성들. 그들은 인권유린이나 인신매매의 상황에 놓여도 두 나라 어디에도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아무리 호주에서 합법이라고 해도 우리는 호주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인 거죠. 나중에 한국 가면 한국 처벌 받아야 돼요. 근데 아가씨들은 그걸 몰라요. 업주들은 알면서 그걸 얘기해주지 않아요.” - 실비아 (가명)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되는 “꽃들에 관한 인권보고서” 제 1부를 통해 바다건너 수천 킬로 떨어진 타국 땅에서 우리에게 SOS쪽지를 전한 여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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