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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양적완화 한은에 맡겨라

[데스크칼럼]한국형 양적완화 한은에 맡겨라

등록 2016.04.04 10:12

홍은호

  기자

한국형 양적완화 한은에 맡겨라 기사의 사진

한국은행 독립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강봉균 위원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양적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형 양적완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 뿐이라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발판 마련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도울 것이 있다면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의 독립성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기준금리 인하 등 양적완화를 주문해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집권여당은 틈만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한은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정부·정치권과 날카로운 각을 세우며 독립성을 지켜왔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경제전문가들은 없다. 경제석학이나 통화정책 담당자, 금융권 관계자 모두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앙은행은 법률에서 보장하는 독립된 특별기구다. 한은은 1950년 6월12일 법률 제138호 한국은행법에 의해 설립됐다. 이 법은 물가안정을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제1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경제성장을 최고 가치로 둔다. 중앙은행과 늘 대치할 수 밖에 없다. 정부로 대변되는 기획재정부와 통화당국으로 최고 기관인 한은의 대립은 어찌보면 숙명이다.

통화정책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강봉균 새누리당 위원장의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은 어찌보면 그럴싸하지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방기곡경(旁岐曲逕)이라는 말이 있다. 샛길과 굽은길을 가리키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일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이 편찬한 동호문답에서 나온 말이다.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망령되게 시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강봉균 위원장의 한국형 양적완화 주장은 방기곡경과 다를 바 없다. 4.13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한국은행의 본질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 일국의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장기적인 물가안정은 신경쓰지 않는다.

많은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하기만 하면 끝이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서민 경제에 큰 피해가 온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성과, 즉 표를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면 끝이다. 피해는 결국 서민이 지고, 책임은 중앙은행인 한은이 져야 한다.

강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한국형 양적완화를 들고 나온것은 패착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돈이 시장에 풀리지 않아 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늦어지고 있는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것이다. 한국형 양적완화 실시여부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한은의 몫이다.


홍은호 자본시장부장 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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