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여력 마비시킨 최저임금 결정

내년 최저임금 6470원…인상률 7.3%로 전년보다 둔화
높지도·낮지도 않은 애매한 인상률…내수활력 기대 좌절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노동계는 인상폭이 낮다며, 재계는 높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내보이고 있다. 누구 하나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매년 양측의 줄다리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올해 최저임금 결정은 여느 때보다 특히 이목이 집중됐었다. 총선을 기점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이슈가 달아올랐던 만큼 인상폭이 크게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계의 주장과 달리 인상폭이 ‘낮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18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액은 시간당 6470원이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135만2230만원이다. 인상률은 7.3%로 지난해 8.1%보다 낮아졌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길었던 108일에 걸쳐 최다 회수인 14번의 전원회의가 열렸다. 노사가 처음으로 단 한 번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양측의 주장이 팽팽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의결 때 근로자위원 9명 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전년보다 110원(2.8%) 오른 이후 매년 5%대 이상의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 최저임금은 8.3% 올랐지만, 이듬해인 2009년 6.1%, 2010년 2.8% 올라 인상폭이 크게 둔화됐었다. 이후 전년보다 인상률이 낮아진 적은 2015년(0.1%포인트)과 내년(0.8%포인트) 두 차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는 가계소득 위축으로 내수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내년도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올해 총선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잇따라 나왔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부진을 내수로 떠받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하는 재계와 기대치를 반영해야 하는 노동계가 양보 없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법정 심의기간 90일을 넘겼던 이유다. 양측은 제시 초안 ‘1만원대-동결’ 주장을 단 한 번도 굽히지 않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만 놓고 본다면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정치권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으로 목소리만 높이면서 불만 붙이고 진화과정에서 모습을 감췄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 쇼핑 페스타’가 개최되는 등 정부도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활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64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자 당연한 권리”라며 “이른바 ‘열정페이 근절을 위한 근로감독·처벌을 강화하고, 영세기업과 취약근로자에 고용유지 장려금, 근로장려세제 등 근로여건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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