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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등록 :
2016-12-14 09:59

[기고]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구조조정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기업경쟁력과 산업생태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제4의 산업혁명’이라는 상업성 구호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의 신기술이 인류의 내일을 이끌어 갈 주요 성장동력 중 하나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존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혁신을 통해 창조적 아이디어와 사업의 결합이 새로운 질서로 구축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제 환경 및 산업 구조의 변화를 얼마나 잘 체현하고 따라잡는가에 따라 해당 기업과 관련 산업을 넘어 국가 전체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번 정부의 처음부터 내걸린 대표 구호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별다른 걱정이 있을 수 없겠지만, 실상을 돌아보면 주식회사 한국호의 전성기를 견인해오던 조선·해운·철강·화학 등 대부분의 주력 업종에 비상등이 켜져 있는 형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주도해 오던 주요 기업과 산업이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활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이러한 상황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가?

건설·조선·해운 등의 경기민감 업종 뿐 아니라 IT·반도체 등 기술흐름과 수요변동을 지속적으로 추격해야 하는 부문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융합·협업의 흐름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오류가 경제체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비효율과 낡은 관행이 기업과 산업 곳곳을 에워싸는 동안 참가자들 간 공정한 경쟁은 실종되고 합리적 보상시스템 역시 구축되지 못했으며 창조와 혁신은 관제 행사의 동원구호로 전락한데 따른 고지서를 뒤늦게서야 받아들게 된 것이다.

기업의 부실과 산업경쟁력의 약화를 주장하고 본질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잔치판을 훼방놓는 철없는 목소리로 치부되어 왔지만, 뒤늦게서야 허겁지겁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재계의 자구노력을 보면 그 정도 처방으로 위기의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당장 올해 드러난 문제들만 살펴봐도 실기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처리에 따라 국적선사 없는 해운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으며, 3년에 걸쳐 4조5천억원 가까이 지원한 STX조선해양은 부실만 심화시킨 채 법원으로 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5천억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하루아침에 3조가 넘는 부실을 보고한 대우조선해양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전망도 나오지 않는 상태인데, 정부·금융기관이 돈을 넣는다는 발표만 있고 회복 소식이나 책임 추궁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구조조정이 모두의 입에 오르는 상투어가 되어 가지만 정작 필요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기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법·제도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빗발치는 요구에 따라 정상 상태에서도 사업재편이 가능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까지 마련되었지만,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기업집단 전체를 좌우하는 구태의연한 지배구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상 상태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위기 상황의 질서 있는 퇴각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기업을 감시하고 투자자를 보호라는 것을 업으로 걸고 있는 회계법인과 대출 금융기관, 신용평가회사 등의 전문성 부족과 기업편들기가 오늘의 상황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이들 시장참가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제어해야 할 감독당국 및 국책기관의 관리 소홀 및 관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구조조정은 위해 생존가능성 낮고 비효율적 부문을 정리하고 일시적 불운에 빠진 성실한 기업의 새출발(fresh start)을 도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결단일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혼란 상태를 맞아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염원은 기성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단호한 결단을 이끌어 냈다. 이제는 더 이상 국가 경제 차원의 위기를 초래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창조적 성과를 거둔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함께 성실한 실패자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이라는 경제 체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하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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