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18-03-06 17:49

수정 :
2018-05-17 12:22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은행②]금융당국 눈치 보고 CEO 뽑아야 하는 나라

당국, 금융회사 인사에 전방위 개입 여전
지난해 가을부터 ‘新 관치금융’ 논란 증폭
경영 자율성 위해 인사권 주주에 맡겨야

금융당국의 잇단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금융회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의 연임을 두고 당국이 지나치게 시장은 흔들었다는 논란이 여전한 상태다. 사진 가운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뉴스웨이DB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은 대부분 3년 주기로 바뀐다. 회사 이사회 정관에 사내이사의 임기를 보통 3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는 일반 민간기업과 달리 특정 주인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보니 5~6년 이상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있어도 ‘장수 CEO’ 호칭을 듣는다.

금융지주회사는 민간 소유의 기업인만큼 시장의 뜻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는 시장의 선택에 따라서 CEO를 선임했다고 해도 결국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복잡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 등장하며 금융권과 당국이 대립했다. 이처럼 당국이 금융회사 CEO 인사에 지나치게 관여하다보니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제아무리 눈부신 실적을 구현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제고시킨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 내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현실인 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들이 CEO 선임 과정에서부터 당국의 압박이 상당해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피로감이 극대화된 것은 대형 금융지주회사 CEO의 거취가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가 거론됐고 지난해 말부터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문제가 거론됐다.

이들 회장의 연임 문제가 거론되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았던 화두가 당국의 간섭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제왕적 셀프 연임 등을 운운하며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금융권 CEO 인사 시스템의 폐쇄적 행태가 문제”라고 말했고 이후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자발적 개선 성과가 없다면 고강도 검사까지 단행하겠다며 금융회사를 압박했다.

다행히 이들 금융지주는 자발적으로 경영유의 조치를 수긍했고 무리 없이 차기 회장 선임을 완료했지만 논란은 아직 완전히 진화된 상태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김정태 회장에 대해서 은행법에 따라 CEO 적격성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렸고 윤종규 회장에 대해서는 국민은행 채용비리 관련 의혹을 회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비화시킬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당국의 움직임이 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 거취를 두고 개입했던 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대 KB금융지주 회장이던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2009년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 손실 문제 때문에 금융당국과 징계 갈등을 벌이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황 회장 이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09년 말 해외투자 손실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이 압박하자 정식 회장 자리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퇴임했다.

KB금융지주 외에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크고 작은 일로 금융당국과 얼굴을 붉히다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시간이 지난 뒤 법정 공방을 통해 시비를 가려보면 대부분 금융당국의 오판으로 금융지주회사가 일방적으로 손해 본 적이 많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CEO 선임의 전권을 중립적 사외이사와 주주들에게 맡기고 당국은 금융지주회사가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감독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 금융회사는 최근 들어 CEO 인사 검증을 중립적 외부자문기관에 맡기고 있다. 현직 CEO는 인맥보다는 임기 중 실적과 주가 추이를 철저한 성과의 검증 잣대로 삼고 있다. 쉽게 말해 인사에 대한 객관적 시스템을 스스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보수적 잣대만을 앞세워 CEO에 대해 무리한 추가 검증을 하려 한다면 이는 CEO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선임한 주주들과 외부기관을 무시하는 일이자 또 하나의 관치 금융이 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금융사 장수 CEO가 수두룩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3년마다 CEO가 바뀌는 것은 그만큼 당국의 간섭이 심하다는 증거”라며 “당국이 관치금융과의 단절을 실천하려면 CEO 인사에 개입하는 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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