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3-12 18:02

수정 :
2018-03-13 08:30

[최흥식 사의 후폭풍]‘채용비리 의혹’에…금융권 겨누던 칼, 결국 부메랑으로

하나금융지주 사장 때 친구 아들 채용 관여 의혹
“전달은 했지만, 관여는 안했다” 어설픈 해명 논란
청와대 “들여다 보겠다” 한 마디에 사의 결심한 듯
은행지배구조·회장선임 등 충돌…6개월 만에 낙마

그래픽=박현정 기자

채용비리 의혹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별검사단까지 꾸리는 초강수로 정면돌파를 시사했지만 도덕성 실추로 입지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줄곧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겨눴던 칼날이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 셈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원장은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의혹이 불거진지 3일 만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최 원장이 금감원을 떠나게 되자 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최 원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은 최근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깊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재임 중인 2013년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담당 임원에게 그의 이름을 건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현재 최 원장 동기의 아들은 하나은행 모 지점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순식간에 확산되자 최 원장은 금감원 알림 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하나금융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금감원 측도 최 원장의 행위가 단순한 ‘내부 추천’일뿐 ‘비리’로 규정하려면 점수조작 등 구체적 불법 행위가 수반됐어야 한다며 그를 두둔했다. 금감원이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적발할 때도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상자 모두를 부정채용으로 본 게 아니라 면접점수를 조작하는 등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만 적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에서는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를 조사해온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해명으로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단순한 ‘추천’이었다 할지라도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에 금감원장이 연루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최 원장의 발언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지주회사 사장이 특정 인물의 이름을 언급한 것 자체가 담당자에게는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최 원장은 끝내 자리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청와대까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금감원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에는 신임 감사 내정자 김우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주축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금감원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자 최 원장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실 금감원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착수한다고 해도 도덕성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조사에서 진실을 명확하게 따지지 못한다면 금융감독당국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의혹의 당사자인 수장이 직접 물러남으로써 금감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에 대한 명분을 지켜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9월11일 취임한 최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 기간인 6개월 만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고 금감원을 떠나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첫 사례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는 짧은 재임기간에도 크고작은 이슈를 불러 일으키며 늘 논란의 중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해말에는 채용비리·방만경영 등으로 침체된 금감원의 조직개편에 착수했고 지난 1월부터는 지배구조와 회장선임 등 문제를 놓고 하나금융 측과 지속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셀프연임’ 발언에 이은 지배구조 관련 경영유의 조치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채용비리 검사 등은 최 원장과 하나금융 측 갈등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금감원의 연이은 검사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을 정도다. 그러나 극도로 악화되던 이들의 관계는 최 원장의 사의와 함께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면서 “특별검사단은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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