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3-27 17:44

‘수의계약’ 문제 없다더니…금호타이어 매각, 성급한 판단이 부른 오류?

타이어뱅크 가세로 매각 작업 새 국면
최소 3곳이 금호타이어 인수 노리는듯
“모든 인수 후보자 접촉했다” 해명에도
더블스타 투자유치 둘러싼 논란 불가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금호타이어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타이어뱅크의 인수전 가세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 더블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다던 산업은행 측 주장과 달리 국내에서 새로운 인수 후보가 등장하면서 노사 합의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처음부터 채권단 측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투자유치를 추진한 게 또 한 번의 실책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 측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을 국내 기업으로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면서 “국민 여론과 노동조합, 채권단의 생각을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이어뱅크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금호타이어의 매각 향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해당 업체의 인수여력이나 절차상 문제 등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일단 국내 업체의 등장이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에 명분을 안겨준 셈이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타이어뱅크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는 한편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 업체에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것은 지역민과 금호타이어 구성원의 희망을 꺾는 것이라며 채권단이 제시한 기한 내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대로 노조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에 가까워지게 된다.

의외의 변수에 금호타이어가 파국으로 치닫자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의 투자유치 과정에 뒤늦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이 더블스타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확정짓기까지 모든 잠재적 투자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 산은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뒤 복수의 후보와 수의계약 형태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비밀 유지를 원칙으로 하는 기업 인수합병 거래의 특성 탓인지 채권단이 누구와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는 외부에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밀실 매각’이라고 반발했지만 그 때마다 산은 측은 국내에선 원매자를 찾을 수 없었다며 더블스타 투자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전날 기자회견 중 이동걸 산은 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공개매각을 진행했다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모든 장기적 인수자를 다 접촉했다”면서 “공개매각과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공개매각이 아니어서 참여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으나 채권단과 접촉했다면 협의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방법상의 이유가 제3자 인수 가능성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해명으로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게 외부의 조심스런 견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에서도 금호타이어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금호타이어 인수를 저울질하는 국내 기업은 타이어뱅크를 포함해 최소 3곳으로 추정된다. 앞서 노조는 2~3곳의 기업이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는데 확인 결과 타이어뱅크 측과는 사전에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업체가 또 있다는 의미다. 노조 측이 적절한 시기에 관련 기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은 측에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공개매각 방식 등으로 보다 투명하게 일을 처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채권단이 외부자본을 유치하기로 결론을 낸 뒤 그 대상으로 더블스타를 선정하기까지 2개월이 채 소요되지 않은 만큼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투자유치 과정을 외부에 공개했다면 파국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위기를 맞은 산은으로서는 전략의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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