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18-04-27 06:10

수정 :
2018-05-17 11:18

[금융그룹 지배구조 해부/현대차<끝>]현대캐피탈, 압도적 내부거래 비중 해결 급선무

캐피탈 할부실적 91% 현대·기아차 연계
당국 지적 피하려면 내부거래 비중 줄여야
‘입지 불안’ 정태영 부회장 향후 행보 주목
美 엘리엇 도발에도 금융 계열사는 정중동

재계 순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5개 금융 계열사가 총 61조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통합감독을 받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내부 거래량이 워낙 많아 이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지배구조 상 최정점에 있는 대표회사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생명, 현대차투자증권 등이 있다. 이중 현대캐피탈의 지분은 현대자동차가 59.7%, 기아자동차가 20.1%씩 보유 중이다.

또 현대카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37.0%, 11.5%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투자증권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27.5%,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지분의 절반을 현대차가 갖고 있고 현대라이프생명은 30.3%의 지분이 현대모비스 소유다.
다른 복합금융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금융 네트워크가 차이를 보이는 점은 오너 일가의 지분 보유 현황이 미약하다는 점에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는 금융 계열사 지분이 아예 없다. 현대·기아차를 통해 금융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오너 일가 중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정 고문의 남편이자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의 대표 CEO 역할을 하고 있는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부회장만이 현대커머셜 지분을 각각 33.3%, 16.7%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에서 비금융 계열사로 출자된 지분은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 받을 일이 없지만 아킬레스 건은 다른 곳에 있다. 다른 복합금융그룹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내부 거래다.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는 영업의 많은 부분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현대카드를 통해 차를 사거나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과 리스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 비중은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91.7%에 달한다. 해당 지표의 수치는 지난 2010년 82.1%였고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리스 실적은 72.6%인데 이들 거래의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연계 관계에 있다.

즉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현대캐피탈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영업 실적에 따라 현대캐피탈의 실적이나 재무 건전성이 오락가락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현대라이프생명과 현대차투자증권은 확정급여 퇴직연금 적립액 중 각각 98.3%, 85%를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다. 회사 물량의 절대 다수를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다는 점은 각 회사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일감이 계열사 내부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경우 계열사 간의 부실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통합 위험관리 시스템 운영을 당부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 거래량 조정은 현대차그룹이 수행해야 할 첫 과제로 꼽힌다.

지배구조 상으로는 정태영 부회장의 행보, 그리고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움직임 등이 지켜봐야 할 핵심 이슈로 꼽힌다.

우선 그룹 안팎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사위 중 유일하게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사위인 선두훈 선병원재단 이사장은 코렌텍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무관하며 막내사위였던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2014년 이혼 후 회사를 떠났다.

정태영 부회장은 보수적인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다양한 마케팅 실험을 전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를 연성화시키고 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성장이 정체돼 있고 현대·기아차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시각을 키우게 했다. 또 2012년 인수한 현대라이프생명은 적자의 누적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수준에 이르렀고 결국 대만 푸본생명에 주인 자리를 넘겨줬다.

이 때문에 정태영 부회장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그 자리를 정의선 부회장이 꿰차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정태영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 지분 추가 매입을 하지 않고 정의선 부회장이 되레 지분 영역을 넓힌다면 정태영 부회장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안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의 현실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잉여 현금 특별 배당과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상향 등을 현대차그룹에 제안했다.

만약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합병된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은 롯데그룹처럼 금융 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는 지주회사 출범 이후 2년 내에 지분 관계를 해소하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엘리엇 측의 도발이 지나치게 허황된 계획이라는 비판이 많은데다 엘리엇 측의 보유 지분이 적기 때문에 금융 계열사가 현대차그룹의 품을 떠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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