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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매수’만···‘소수의견’ 설자리가 없다

[탐사보도/애널리스트의 두 얼굴]무조건 ‘매수’만···‘소수의견’ 설자리가 없다

등록 2018.06.21 05:03

수정 2018.06.22 16:55

정혜인

  기자

국내사 투자의견 ‘매수’ 편중···외국계와 비교돼17개증권사는 2015~2017년 매도 리포트 0% 투자의견 하향 시 상장사·주주 항의 심해 부담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분석을 제공해야 하는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소수의견’을 내는 데 크게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놓는 리포트에는 ‘매수’ ‘중립’ ‘매도’ 등 세 가지로 의견을 표시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는 온통 매수 일색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상장사와 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율적으로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뉴스웨이가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31일 기준 최근 1년간(2017년 4월 1일~2018년 3월 31일) 국내외 47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 비율은 4.06%에 불과했다.

무조건 ‘매수’만···‘소수의견’ 설자리가 없다 기사의 사진

이 중 국내 증권사 31곳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20%에 불과했다.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발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16곳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이 11.54%인 것과는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특히 이 기간 국내 증권사 중 24곳은 매도 리포트 비율이 0%로 최근 1년 사이 아예 매도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는 KTB투자증권(1.8%), 대신증권(1.0%), 케이프투자증권(1.0%), DB금융투자(0.7%), 키움증권(0.6%), 하나금융투자(0.6%), 한국투자증권(0.5%) 등 7곳뿐이었는데 이마저도 비중이 미미했다.

매도 의견은 커녕 중립 의견을 거의 내지 않은 증권사도 많았다. 매수 의견 리포트 비중이 90%가 넘는 국내 증권사는 교보증권(100%), 리딩투자증권(100%), 유화증권(100%), 부국증권(97.2%), BNK투자증권(96.8%), 메리츠종금증권(96.0%), 키움증권(95.2%), 흥국증권(94.6%), 하이투자증권(93.6%), 신한금융투자(92.2%), 하나금융투자(90.9%), 이베스트투자증권(90.1%), 미래에셋대우(90.0%) 등 13곳이나 됐다. 리서치센터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자기자본 10위 이내의 대형사들까지 대거 매수 리포트만 내놨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아시아 법인 전체 기준) 16곳 중에서는 초상증권과 유안타증권이 매도 리포트 비중 0%를 기록했을뿐 나머지는 모두 비중이 컸다. CLSA는 중립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매도 리포트를 31.2%나 내놨다. 뒤를 이어 메릴린치인터내셔날증권(24.5%),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17.3%), CGS-CIMB증권(16.9%), UBS증권(15.1%) 등도 높은 매도 비중을 기록했다.

무조건 ‘매수’만···‘소수의견’ 설자리가 없다 기사의 사진

기간을 더 넓혀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가 얼마나 편중된 의견만 내놓는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뉴스웨이가 2015~2017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를 연간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31개 증권사(옛 KB투자증권·옛 미래에셋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 제외) 중 3년 내내 매도 리포트 비중이 0%였던 곳이 17개사나 됐다.

그나마 매도 리포트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 비중이 아주 적었다. 실제로 31개사 모두 매도 리포트 비중이 3년 내내 한자릿수에 그쳤다. 심지어 연간 매도 리포트 비중이 5%를 넘은 경우마저 2015년의 한화투자증권뿐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전체 18개 회사(BNP파리바증권 포함) 중 유안타증권과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초상증권만 계속 매도 의견 비중이 0%였다. 2017년 노무라금융투자가 매도 리포트 비중이 0%이긴 했으나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8.6%, 11.3%를 나타냈다. 나머지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대부분 두자릿수를 넘겼다.

금융당국은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부터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했다. 지난해부터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 표시까지 의무화 하고, 투자의견을 변경하고자 할 때 이를 검토할 수 있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모두 리포트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실제로는 여전히 ‘팔라’는 직언을 하지 못한 채 ‘사라’는 의견만 줄줄이 내놓고 있는 것은 상장사와 주주들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탐방 등 정보접근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법인 영업을 위해서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소신대로 매도 의견을 내놨다가 상장사로부터 항의를 받고 보고서를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교보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단기 매수’로,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하자 하나투어는 해당 애널리스트의 기업탐방을 금지하겠다고 거론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3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에 반발해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매도 의견을 내는 대신 중립으로 바꾸거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관습처럼 굳어져 있다. 굳이 매도라는 강력한 의견 표시로 상장사와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장사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거센 항의도 애널리스트들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면 대부분 주가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일부 주주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게 반복되고 있다.

리포트의 투자의견이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손실 예고 했을 당시에도 증권사들은 매도 리포트를 내놓지 않았고, 지난해 말에는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적자 전망을 내 주가가 급락했는데도 다수 증권사가 매수 의견을 유지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참고해 투자 활동을 하는 만큼, 보다 정확한 리포트가 나올 수 있도록 소신껏 리포트를 낼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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