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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6-21 16:31

‘칼 빼든’ 윤석헌 금감원장,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 착수

9개 은행 점검서 가산금리 체계 문제점 포착
근거 없이 금리 올리고 수년째 고정값 적용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하고 모니터링 강화
부당하게 부과된 이자는 자체조사 후 ‘환급’

2018 금감원자문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가계부채 문제가 재부상한 가운데 이를 틈타 금융권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로 읽힌다.

21일 금감원은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추진과 가산금리 변동현황 모니터링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감독 개선 방안을 내놨다. KB국민과 KEB하나, 신한, 우리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한 결과 가산금리 산정과 우대금리 운용 등에 합리적이지 않은 사례가 파악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 측은 은행 대부분이 모범규준의 금리산정체계를 따르고는 있으나 가산금리 산정방식과 운영은 원가배분정책과 경영전략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합리적 근거 없이 금리를 인상한 정황이 확인됐고 회계연도 중간에 목표이익률을 인상한 경우도 발견됐다는 것.

여기에 각 은행이 운영하는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와 관련해서도 차주의 신용도가 상승하면 그만큼 금리를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나 그간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함으로써 결국엔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 불합리한 사례도 포착됐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5000만원의 가계일반대출을 신정하면서 6.8%의 금리를 적용받았으나 연소득(8300만원)이 있음에도 은행이 소득이 없다고 전산에 입력해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됐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가산금리 0.5%p가 적용돼 50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했다.

또 개인사업자 C씨는 3000만원의 담보대출(금리 8.6%)을 받는 과정에서 담보가 있음에도 은행 측이 없다고 입력해 신용프리미엄이 정상(1.0%)보다 2.7%p 높은 3.7%로 적용됐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96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금감원은 가산금리와 목표이익률이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모범규준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우대금리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상세명세서’를 제공해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소비자가 금리산정 내역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은행간 비교공시도 강화키로 했다. 기존 대출 약정시 은행이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만을 알려줬다면 앞으로는 기준금리, 가산금리와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명시한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토록 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공시와 관련해서도 가·감 조정금리를 별도 구분해 공시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이밖에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한 사례에 대해선 은행이 자체조사 후 환급 등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며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현장점검에도 착수한다.

이는 ‘고통 분담’을 강조한 윤 원장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15일 개최한 시장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이 결국 금융을 떠받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사 스스로 이들과 고통을 함께 하며 위험을 관리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2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대출금리 산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시장 관계자들에게도 또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이 지난해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총 37조3000억원에 달하는데 시장금리가 지속 상승한다면 이에 대한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자부담이 함께 증가하면서 취약차주 중심의 부실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금융당국의 걱정거리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은행의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나 합리성이 결여됐다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금리상승기에 취약 가계나 영세기업이 불공정하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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