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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18-06-29 16:17

수정 :
2018-06-29 16:23

[官心집중]‘레알(?)’, 사상 첫 집단 여름휴가 기재부 예산실

직원 200명 다음주 2개조로 3박4일 여름휴가 나서
각 부처 예산요구안, 국회 제출 마감이 9월
6~8월 석달 간 400조 넘는 국가예산 짜는 기간
김동연 부총리 “무슨 일 있더라도 전원 휴가” 지시

그래픽= 박현정 기자

기획재정부 사이에서도 극한의 업무로 악명높은 예산실이 사상 첫 집단 여름휴가에 나선다. 그것도 매년 여름이면 예산철을 맞아 가장 바쁜 시기인데 과연 예산실 직원들이 휴가를 떠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예산실 직원 200명은 다음 주 2~3일과 5~6일 2개 조로 나눠 여름 휴가를 간다. 주말을 끼고 3박4일간이다. 내년도 국가예산 1차 심의를 마치고, 2차 심의를 시작하기 전까지 막간에 꿀맛 같은 휴가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구윤철 예산실장은 “예산실 직원 전원이 2개 조로 나눠서 3박4일간 사상 첫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다”면서 “짬을 내기가 힘들지만,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통상 예산실의 1~2월은 농한기로 불릴 정도로 한가하지만 여름 본예산 시즌이 시작되는 5월부터 9월까지는 지옥행군이 시작된다. 매년 5월 말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를 조율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9월2일까지 여름 휴가도 반납하고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후 여름에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고 내년도 경제성장률, 세수추계, 최저임금이나 중위소득 결정 등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해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낸다. 그나마 예산 제출이 끝나는 9월, 국회 통과가 마무리되는 12월이 한가하다. 이때 눈치껏 1~2일 짬을 내 늦은 휴가를 간다.

이처럼 다른 실·국이 여름휴가를 떠날 때 예산실은 새벽까지 철야근무를 밥 먹듯 해야 했다. 특히 예산실은 매일 지속되는 야근과 여름휴가 없는 부서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 순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실 공무원들은 기본적인 여름 휴가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실 첫 여름휴가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실장은 “김 부총리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원 휴가를 가 재충전 시간을 가지라고 강력히 지시했다”며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예산실은 축제 분위기다. 한 예산실 직원은 “예산실 수뇌부가 워라밸을 중시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자는 차원에서 결단했다”면서 “여름은 예산안 제출을 위해 매우 바쁜 시기인데 이 시즌에 2~3일이라도 휴가를 간다는 것은 아주 파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예산실 직원은 “예산실은 항상 예산을 마무리한 9월에 뒤늦게 가거나 아예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했는데 예산실 차원에서 여름휴가 독려는 굉장한 변화”라며 “한 달 전에 미리 휴가 가라는 공지가 내려와 계획 세우기도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난 4년간 매년 추가경정예산안과 본예산을 함께 짜면서 휴가는 생각도 못 했다”면서 “다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휴가에 좋아하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다른 기관들로부터 예산설명을 듣느라 며칠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일했는데, 쉴 수 있게 돼 좋다”고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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