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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등록 :
2018-07-31 07:00

수정 :
2018-08-06 07:54

재계 세대교체 과도기…‘부회장 총수’ 전성시대

이재용·정의선·정용진 등 사실상 총수역할
회장 직급을 고집하기 보다는 실리 내세워
선대 회장 아직 생존해 있다는 점도 영향
반면 구광모 회장 직행…장자승계 가풍탓

이재용 삼성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뉴스웨이DDB

국내 주요 재벌그룹이 오너 3,4세로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회장’이 아닌 ‘부회장’ 직급을 달고 총수 역할을 수행하는 경영자가 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회장 직급을 고집하기 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부회장 직급을 달고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삼성그룹 회장이 맡는 것이 관례인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이 부회장을 지정했다. 공정위에서 지정하는 동일인은 사실상 총수를 의미한다. 결국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총수라는 사실을 정부에서도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삼성 고위 임원들도 이 부회장에게 회장에 오르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오르는 것은 불효라면서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관례나 의전을 따르기를 거부한다.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더라도 그룹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실용주의도 회장 직급을 마다하고 부회장 직급을 고수하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현대차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차 부회장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부친인 정몽구 회장의 활동이 잠잠해지면서 정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현대차그룹을 방문했을 때 정몽구 회장이 아닌 정 부회장이 김 부총리를 영접했다. 또한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확대될 경우 경영권승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 부회장은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이 부회장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정 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부인하며 아직까지 경영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희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며 경영일선을 지키고 있지만 지난 2016년 동생인 정유경 사상과 분리 경영 체제를 구축한 뒤 이마트와 편의점, 호텔 사업 등은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 역시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는 등 그룹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명희 회장은 조선호텔과 신세계인터내셔널 보유 지분을 이마트에 매각하면서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해 눈길을 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난달 말 LG그룹의 총수로 올라서게 됐다.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곧바로 회장에 오르기 보다는 부회장을 거쳐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LG그룹은 예상을 깨고 구 회장을 곧바로 회장으로 선임했다.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LG가의 가풍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어차피 총수로 등극한 상황에서 굳이 회장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룹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본인이 아닌 그룹 원로 경영인에게 맡기기도 했다. 소탈한 성격과 함께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구 회장의 평소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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