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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통계청장 임무가 ‘소득주도성장’ 증명인가?

가계소득 신뢰도 논란 속 통계청장 13개월 만에 이례적 교체
靑 “황 전 청장 임명 당시,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할 적임자”
‘최저임금 효과 90%’ 관여한 강신욱 신임 청장에 임명 논란도

<제공=연합>

황수경 통계청장이 물러난다. 황 전 청장 경질 배경을 두고 최근 소득 통계 지표 악화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맞춤형’ 통계 생산이 아닌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통계청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7일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황 전 청장이 갑자기 물러나게 된 것은 최근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 통계들이 연이어 발표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통계청 역시 황 전 청장에 대한 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각종 통계 지표를 조사·발표할 뿐 정책을 구상하거나 시행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역대 통계청장은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대부분 2년 정도 근무했다. 황 전 청장은 취임한 지 1년이 갓 넘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예상 밖에 인사였다. 더군다나 황 전 청장은 노동 통계 전문가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조할 적임자로 꼽혔던만큼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황 전 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할 당시 청와대는 “개혁 성향의 노동경제학자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코드가 맞았던 황 청장이 경질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가계동향조사’ 발표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1·2분기 통계청 조사에서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각각 8%·7.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은 당초 올해부터 없애려다 정부와 여당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를 선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지할 것을 지시해 부활한 통계다. 시키는 대로 통계를 낸 죄 밖에 없는 통계청이 억울한 이유다.

특히 황 전 청장이 지나치게 통계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통계 생산이나 지표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부족했던 점이 청와대의 불만을 샀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와 정책은 분리해 접근하는 게 맞고, 황 청장은 내부에서도 이 원칙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황 전 청장이 취임 후 정치권 및 학계 등의 요구에 따라 가계동향조사를 올해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 가구 수가 올해 8000가구로 늘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통계청이 표본 가구를 늘리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후임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도 이런 주장을 제기한 인물 중 하나다. 강 신임청장은 지난 16일 ‘소득분배의 현황과 정책대응 토론회’에 참석해 “가계동향조사는 표본이 완전히 바뀌어 이전 조사 결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한데도 통계청이 이를 충분히 주지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 신임청장은 가계동향조사와 인연이 있다. 지난 5월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 청와대가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에 추가 분석을 요청했는데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쪽 담당자가 강 신임청장이다. 소득분배 전문가인 강 신임청장이 오면서 향후 소득 통계 생산이 강화되는데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정부가 통계 수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MB 물가’를 만들면서 가격 변동 폭이 큰 금반지를 조사 품목에서 제외해 빈축을 샀다. 원래 2018년부터 없애기로 돼 있던 가계동향조사를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 홍보를 위해 유지하면서 문제를 스스로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계소득 통계가 마음에 안 들면 통계청장을 경질하면 된다는 발상은 누가 한 것인지 모르겠고, 이 판단을 한 순간 앞으로 통계청에서 좋게 나오는 통계들이 있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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