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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9-13 07:46

[행간뉴스]본색 드러낸 GM, 안일했던 산업은행

신설법인 논란에 다시 맞붙는 산은-GM
사태 종료 석 달 만에 철수설도 재부상
주총 막는다지만…‘비토권 행사’ 물음표
“GM 성향 감안해 ‘경영감시’ 강화해야”

“한국GM R&D법인 설립은 정말 ‘한국 철수’를 위한 GM(제너럴모터스)의 사전포석일까”

한국GM 신설법인을 둘러싼 2대주주 산업은행과 GM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은이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통해 GM 측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다. 한국GM 사태가 해결된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철수설’에 휩싸인 격이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GM의 ‘깜깜이 경영’에 속수무책인 산은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 신설법인 문제와 관련해 지난주 법원에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기본협약에 포함된 사안이 아닌 만큼 일방적인 추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한국GM의 ‘신설법인 논란’은 앞서 공개된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출발했다. 부평공장에 대한 5000만달러 신규투자 계획 중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할 법인을 세우겠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한국GM을 생산 공장과 R&D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R&D 담당 신설법인엔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부서를 포함시켜 GM의 글로벌 제품 개발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이를 놓고 한국GM 노조는 국내 사업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반발했다. 한국 사업을 정리할 때 생산법인은 청산하고 R&D법인만 남길 의도라는 주장이다. 이에 GM 측은 투자계획의 일환이라며 반박하는 동시에 법무법인을 통해 계획을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태가 번질 때까지 산업은행이 법인 설립 계획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GM으로부터 약속받은 10년이 지나기 전에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음에도 산은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빌미를 제공한 쪽은 GM이다. 지난 7월 한국GM 이사회에서 처음 언급되자마자 산은이 정확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두 달 가까이 회신을 하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산은도 찬성이냐 반대냐의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가처분신청으로 의사결정 행위를 막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산업은행의 대응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그간 GM이 보여온 모습을 잊지 않았다면 ‘장기경영’을 약속받았더라도 더욱 철두철미하게 감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알려진 것처럼 GM은 과거 다른 나라에서 현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도 철수를 강행한 전력이 있다. 호주 사례가 대표적이다. GM은 지난 2013년 4월 GM홀덴의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하며 호주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12년간 인건비 보조금 20억 호주달러(약 1조6063억원)가 지원됐고 친환경차 연구개발비 보조금도 2억7500만 호주달러(약 2208억원)이나 받았음에도 2억6500만 호주달러(약 2128억원)를 더 달라는 요구였다. 또 그해 12월엔 추가 보조금 1억5000만 호주달러(약 1204억원)를 재차 요구했으며 정부가 거부하자 작년엔 핵심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말았다.

이는 한국GM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로 되돌아온다. 비록 GM이 차입금 총 28억달러(약 3조209억원)를 출자전환하고 약속한 시설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하나 앞선 사례를 봤을 때 향후 이들이 국내에서 철수할 확률을 ‘제로’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없던 신설법인 설립 계획이 GM의 새로운 ‘변칙 전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과 두어 달 만에 ‘깜깜이 경영’을 펼치는 GM 측 태도 역시 석연찮은 부분이다.

산업은행의 비토권(거부권)이 한국GM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산은의 비토권은 공장·토지 등 총자산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제3자에게 매각·양도하거나 취득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권한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그 영역에 대해서는 공개된 적이 없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GM 측 계획이 한국 사업 철수의 사전 포석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나온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산은이라도 딱히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은이 비토권이 아닌 가처분신청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법원이 산업은행의 ‘주총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도 미지수다. 한국GM 측 R&D법인 설립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데다 결정적으로 이를 추진하고자 이사회가 주주총회를 결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전반에서는 산업은행이 이 기회에 GM과의 줄다리기를 통해 비토권을 비롯한 경영감시 권한을 보다 명확히하는 한편 한국GM의 장기존속을 위해 공조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설법인에 대한 GM 측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일단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조치만 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계약사항인 만큼 ‘비토권 행사’ 범위는 공개할 수 없지만 주요 현안에서 GM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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