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M, 메르스·사드·갑질논란 등으로 실적 곤두박질김성주 회장이 2005년 인수···루이비통급 명품 목표매출 2014년 정점 후 감소세···지난해 영업익 79%↓중국·일본 등 해외법인도 부진···CD 통해 브랜드 재편
MCM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2005년 인수한 이래 중국인 고객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성장 정체와 수익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유통채널 전환 전략과 가격 정책이 실패했고,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지난해 ‘갑질’ 논란 등이 겹치며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한 것이 컸다.
MCM은 새 CD 체제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과 브랜드 통합 비전을 내세워 위기를 탈출한다는 구상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CM은 최근 디르크 쇤베르거(Dirk Schönberger)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Global Creative officer)로 선정했다. MCM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CM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책임질 새 인물을 선정한 것은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MCM 브랜드 생산·판매 법인인 성주디앤디는 지난 2005년 독일 명품 MCM 본사를 인수한 후 성장 가도를 달렸다. 성주디앤디의 매출은 2010년 2425억원에서 2011년 3100억원, 2012년 3704억원, 2013년 4502억원, 2014년 59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11년 27.84%, 2012년 19.48%, 2013년 21.53%, 2014년 31.06%로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자랑했다.
성주디앤디의 영업이익 역시 2010년 409억원에서 2013년 82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어오르며 최고치를 찍었다.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률 역시 2011년 30.72%, 2012년 12.32%, 2013년 37.23%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 16.87%, 2011년 17.25%, 2012년 16.22%, 2013년 18.31%, 2014년 13.9% 등으로 상당히 높았다.
이 같은 성장세에 김성주 회장은 2012년 5년 이내에 루이비통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6년 말 독일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mour)를 본보기 삼아 브랜드 매출을 20억 달러로 늘리고 싶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성주디앤디는 2015년부터 매출액 성장세가 완전히 꺾이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2015년 매출액은 5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0% 감소했고, 2016년에는 소폭 증가세로 전환했다가 지난해 11.51%나 줄어든 5125억원에 머물렀다.
매출 정체보다 심각한 것은 수익성 악화다. 성주디앤디의 영업이익은 2015년 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3%나 감소한 데 이어 2016년 4.44% 줄어든 653억원, 지난해에는 무려 79.23%나 감소한 136억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177억원)은 정점을 찍었던 2013년 수치와 비교하면 각각 83.55%, 72.34%나 쪼그라들었다.
성주디앤디의 부진은 2015년 메르스(MERS)와 2016년 사드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성주디앤디의 해외법인도 부진을 겪고 있다. 성주디앤디는 지난해 말 현재 14개의 국내외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3개의 홍콩과 중국 법인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세다.
홍콩의 MCM 패션 그룹(MCM FASHION GROUP LIMITED)의 매출액은 2015년 835억원, 2016년 803억원, 지난해 768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당기순이익은 2015년 128억원, 2016년 2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순손실 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중국법인 MCM 베이징 커머셜(MCM Beijing Commercial Co., Limited)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2016년 흑자에 성공해 지난해까지 순이익을 기록 중이지만 매출액은 2015년 494억원, 2016년 383억원, 지난해 241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6년 설립한 또 다른 중국법인 MCM 차이나(MCM China Inc.)는 2016년과 지난해 각각 45억원, 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외의 다른 해외법인도 이렇다 할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일본법인 MCM 패션 그룹 재팬(MCM Fashion Group Japan Ltd.)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인데다 매출액마저 60억원대로 부진하다. 여기에 성주디앤디는 2014년 설립한 미국법인(성주디앤디 지분 62.5%)과 지난해 세운 캐나다법인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대외적인 요인 외에 김 회장이 선택한 전략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13년 MCM이 국내보다 중국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자 비효율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면세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명품’ 콘셉트를 내세운 MCM이 국내 백화점에서 조금씩 자취를 감춘 것이 오히려 패착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MCM이 명품화 전략을 구사하며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외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논란이 된 협력업체와의 갈등도 MCM의 이미지 하락을 부추겼다. 하도급 업체에 단가 후려치기, 부당 반품 등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는 논란이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려고 하자, 김 회장이 조사를 앞두고 성주디앤디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꼼수 사임’ 논란까지 일었다.
MCM은 이 같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글로벌 CD 체제를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번에 영입한 디자이너 쇤베르거는 최근까지 8년간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면서 요지 야마모토, 라프 시몬스, 릭 오웬스, 퍼렐 윌리엄스,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한 인기 스니커즈 컬렉션 론칭을 주도했다. MCM은 아디다스에서 젊은 층에게 각광 받은 제품 출시를 주도한 쇤베르거를 영입해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쇤베르거는 MCM 베를린 디자인 스튜디오의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내년 초 캡슐컬렉션으로 먼저 선보이고 내년 하반기 발표할 2020 봄·여름 콜렉션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MCM은 쇤베르거가 제품 디자인과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주도하고 브랜드의 시그니쳐 스타일인 ‘뉴 스쿨 럭셔리(New school luxuary)’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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