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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맞춰 채권 발행했는데···중소형 보험사, IFRS17 연기 역효과

2021년 맞춰 채권 발행했는데···중소형 보험사, IFRS17 연기 역효과

등록 2018.11.16 18:14

수정 2018.11.17 07:07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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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험사 채권 발행액 3조7000억IFRS17 도입 연기로 이자 부담 증가

2018년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2018년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 그래픽=강기영 기자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시기가 오는 2022년으로 연기되면서 당초 시행 예정 시기인 2021년에 맞춰 선제적 자본 확충에 나섰던 일부 중소형 보험사가 오히려 1년치 이자 부담만 더 떠안게 됐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이른바 ‘내 사람’을 심어둔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이 같은 움직임을 미리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풋옵션 행사 압박 속에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상장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개 주요 보험사는 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이 중 8곳은 생명·손해보험업계 각각 3, 4위권 밖의 중소형사다. 해당 보험사들의 채권 발행(예정)액은 약 2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잇따라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IFRS17과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신(新)지급여력제도(K-ICS)가 함께 시행될 예정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1900억원, 35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DB생명은 2억달러(약 2140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이어 2200억원어치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신한생명은 국내에서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했으며 3912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2000억원), 메리츠화재(1000억원), 롯데손해보험(600억원) 등도 국내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당초 IFRS17이 시행될 예정이었던 2021년에 맞춰 이자 부담을 고려해 채권을 발행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IASB가 IFRS17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1년치 이자를 더 부담하게 됐다.

제도 시행 시기로 연기로 자본 확충과 결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지만, 예정된 시기에 맞춰 진행한 선제적 자본 확충이 오히려 비용 부담을 늘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애초 IFRS17이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거나 연기 결정이 일찍 나왔다면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에 채권 발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주식과 채권을 성격을 모두 지닌 영구채로, 만기가 없거나 30년 만기로 발행돼 이자 부담이 크다. 올 들어 해외 채권 발행 시장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부 보험사는 발행 지역을 해외에서 국내로, 유형을 신종자본증권에서 후순위채로 변경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 시기 연기 결정은 당초 기대와 달리 발 빠르게 자금 조달에서 나섰던 보험사,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사이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애초부터 2022년부터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었거나 연기 결정 시기가 앞당겨졌다면 이자 부담을 고려해 채권 발행 시기를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K-ICS 초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자본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사들이 현행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IFRS17 시행 시기 연기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단 한 차례도 자본 확충을 하지 않은 삼성생명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K-ICS 적용 시 현행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란 일각의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삼성생명은 직원을 통해 IASB의 IFRS17 시행 시기 연기 결정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IASB에 IFRS17 관련 실무 해석상 이슈와 회계처리 질의사항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보험 전문가그룹(Transition Resource Group·TRG)에는 삼성생명 경영지원실 재경팀 소속 박정혁 수석이 유일한 한국 출신 위원으로 속해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박 수석을 통해 IASB의 의중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IFRS17 시행 시기 연기 결정은 교보생명의 상장 시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교보생명은 K-ICS 최종안이 나오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IPO 추진 작업에 착수했다.

교보생명은 앞선 8월 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 확충을 추진하기 위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국내)과 크레디트스위스(외국)를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달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행사에 대한 의사를 신창재 회장 측에 통보하며 상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같은 달 18일 이사회에서 신 회장 측이 상장 결정을 미루기로 하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올해 6월 말 기준 어피너티(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이 총 24%의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을 1조2054억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교보생명은 K-ICS 최종안에 따라 자본 확충 규모가 확정되고 상장 주관사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상장 여부와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FRS17 시행 시기 연기로 K-ICS 도입 계획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 최종 상장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상장을 재촉하고 있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행사가 현실화 돼 회사의 지배구조와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 시기 연기 결정에 따라 K-ICS 시행 방안도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ICS를 계획대로 2021년 전면 시행하거나 시범 적용할 경우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은 지속된다”며 “금융당국이 K-ICS 도입 계획을 수정하느냐, 어떻게 바꾸느냐 등에 따라 교보생명의 상장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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