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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등록 :
2019-02-18 09:22

수정 :
2019-02-18 09:40

[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소통에도 MSG가 필요하다

공자의 M(메타포), 안영의 S(Storytelling), 맹자의 손실회피 공격(Gain & loss)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영화 ‘히말라야’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고지에서 산사나이들이 음식을 하니 제대로 맛이 나지 않았다. 그때 한 사람이 뭔가를 툭툭 털어넣자 맛이 거짓말처럼 살아난다. 조금전까지도 고개를 돌리던 이들은 같은 음식인데도 입맛을 다시며 바닥까지 긁어 먹는다. 마법의 맛을 발휘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라면스프였다. 라면스프의 맛은 MSG에서 나온다. 천연재료가 좋은 줄 알지만 차스푼 약간만 넣어도 맛을 거짓말처럼 변화시키기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다.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용만 아니라면 적당한 MSG양념은 필요하다. 날재료 그냥 먹으면 오죽 좋겠는가. 하지만 맛이 없으니 아예 젓가락도 대려 하지 않는다면 불가불 조미료를 약간 칠 수 밖에 없다. 인공조미료 MSG가 monosodium glutamate의 약어라면 소통의 MSG는 비유(metaphor), 이야기(story), 손실회피(gain & loss)를 뜻한다. 간접화법을 활용함으로써 할 말은 다하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좀 더 부드럽게, 하지만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외유내강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깨지길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치길 원한다. 그러니 간접적으로 비춰주라. 스스로 깨달아 깨우치게 하라. 썰전의 고수였던 공자, 맹자, 안영을 통해 소통에 쓰리쿠션을 주는 효과적 MSG 썰법을 배워보자.

첫째, M( metaphor] 비유로 말하라.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을 때의 일이다. 공자의 답은 간결하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입니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제경공을 직접 겨냥한 대답은 아니지만, 이 말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제경공은 대부인 최저가 군주를 살해하고 옹립한 일종의 바지군주(?)였다. 그가 재위할 때 대신들이 서로 죽이는 등 조정이 혼란했다. 게다가 제경공은 궁실 짓기를 좋아하고 사냥개와 말을 모아 기르는 등 사치가 끝이 없었다. 이를 구구절절 이야기하며 잘못을 다 고치라고 직언했다면 어땠을까. 말을 채 끝마치기도 “물러가라”는 고함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작 8글자로 군주의 조건을 제시하고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완곡한 표현으로 빗대어 간언하는 것을 공자는 풍간(諷諫)이라 했다. 공자는 “당신은 군주답지 않다”는 칼날 같은 비판을 “군주가 군주 같아야 신하가 신하다워진다”에 에둘러 담았다.

비유를 사용하면 날카로운 메시지를 좀 더 부드럽게 포장할 수 있다.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시경》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시 공부의 실용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연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사물이나 전체에 빗댄 비유를 통해 부드럽게 메시지를 감싸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카고대 박사과정에 있는 옌핑 투(Yanping Tu)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너무 들이대지 말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가 옳으니 들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틀린 이야기는 틀려서 싫지만, 옳은 이야기는 맞기 때문에 듣기 싫은게 인간심리다. 논리의 옳고 그름보다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공격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통치영역, 결정권한의 범주를 침범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라. 비유는 이러한 위험을 살짝 돌아가게 해준다.

둘째, S(Story), 스토리로 말하라.
맹자는 말잘하는 사람이었다. 만일 그가 직설일변도로 공격적 화법만 썼다면 왕 아니라 제자들도 기함을 하고 도망갔을 것이다. 맹자의 날카로운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한 것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레슨과 메시지를 날것으로 던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포장하고, 마지막에 상황반전 질문을 통해 환기시키는 내공을 발휘한다.
스토리텔링 소통에서 명심할 것은 미괄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는 두괄식이지만 스토리텔링 은 메시지를 맨 뒤에 전략적으로 살짜쿵 끼워넣듯 배치하라. 가령 ‘호연지기를 조급하게 기르려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해보자.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주장을 먼저 말한 후 근거를 제시한다. 썰전의 고수인 맹자는 이야기로 말한다. “송나라에 벼의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근심하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가 어느 날 피곤하게 집에 돌아와 ‘오늘 피곤하구나. 내가 싹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들이 논으로 달려가 보니 싹을 위로 뽑아놓아 말라죽어 있었습니다. 무익하다고 버려두는 사람은 김을 매지 않는 사람이고, 자라는 것을 억지로 도와주는 사람은 싹을 뽑는 사람입니다. 무익할 뿐 아니라 해롭게 하는 것입니다.”

메시지는 한 줄로 충분하다. 더 이상 하면 잔소리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 중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효과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크랜필드 대학의 모리 페이펄(Maury Peiperl) 교수는 CEO에 대한 직언 관련 연구에서 CEO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다. 이야기는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형태의 정보나 생각을 공유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공격적으로 주장을 펼치지 않고 일어난 사건, 결정, 결과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교훈을 전달할 수 있다. 강의가 아닌 제삼자적 입장에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적당한 거리감과 객관적 조망이 가장 큰 장점이다.

셋째, G(gain & Loss) 손실회피심리를 건드려라.
중국 제후들을 살피면 말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나라 경공도 그랬던 것같다. 어느 날 마굿간지기의 실수로 애마가 죽자 경공이 크게 화를 냈다. 심지어 마구간지기를 사형에 처하려 했다. 안영은 임금을 만류하는 대신 군주의 눈앞에서 마구간지기의 죄목을 일일이 대며 세차게 야단쳤다.

“들어라, 너는 죽을죄를 3가지나 범했다. 첫째는 말을 잘 돌볼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둘째로 임금님이 사랑하는 말을 죽게 했고, 셋째로 하찮은 말 한 마리 때문에 임금으로 하여금 사람 하나를 죽이게 했다.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임금님을 비난할 것이고, 또 제후들이 알게 되면 우리나라를 멸시할 것이다. 이와 같은 죄 때문에 너는 하옥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등골 서늘할 사람은 누구였겠는가. 만일 안영이 정색을 하고 논리를 따져가며 왕을 가르치고자 했다면 제경공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되었을 것이다. 넌지시 빗대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 것임을 이야기해 스스로 깨닫게 했다. 덕분에 제경공의 위엄도 지키고, 마구간지기의 생명도 구할 수 있었다.

논리성이나 윤리성보다 수익성, 특히 손실회피성향에 기반한 호소가 더 강력한 경우가 많다. ‘손실회피(loss aversion)’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1만 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크다는 것이다. 3M 연구원이 포스트잇을 개발했을 때 막상 경영진은 심드렁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연구원 아트 프라이(Art Fry)는 “빨리 상품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벌어들일) 100만 달러를 고스란히 날리게 될 것”이라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결국 프라이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지금 상대가 잃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건드려보라. 그 상실감과 공포를 시뮬레이션 예측케 해보는 것만으로 말발이 달라질 것이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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