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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 은밀하지만 위대한 넛지를 활용해보라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넛지. 옆구리 슬쩍

민요 ‘정선아리랑’에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나, 네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지…” 하는 가사가 나온다. 언제 들어도 해학과 풍자, 여유가 넘친다.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것, 그 간접화법은 강요보다 은근하다. 감칠맛이 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공저한 《넛지》를 다시 펼쳐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아리랑 가사를 흥얼거리게 됐다.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찌른다는 뜻이다.

여기에 바탕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강압적 명령이나 직설적 지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선택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요점은 선택하게 하기보다 선택하도록 길을 내라는 이야기다. 위의 민요에 대입하자면 같이 살자고 대놓고 말하기보다 ‘옆구리 슬쩍 찔러 프러포즈해보라’는 뜻이리라. 옆구리든, 팔꿈치든 변방을 에두르는 스리쿠션 설득법으로 유용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공통적 비유로 쓰인 것이 신기하다. 《공자가어》에도 ‘철주(掣肘)’란 표현이 나온다. 팔꿈치를 잡아당긴다는 뜻으로, 남의 일에 개입해 마음대로 못하게 막는다는 의미다. 팔꿈치를 당겨 자신의 의도를 이뤘으니 이 또한 넛지라 할 수 있다. 이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공자의 제자 중 복자천(宓子賤)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노나라 군주 애공(哀公)으로부터 선보(亶父)라는 땅을 다스리라는 명을 받았다. 그러나 복자천은 노공이 나중에 하찮은 소인배의 말에 휘둘려 본인 뜻대로 다스리지 못하게 방해할까 두려웠다. 이에 노공의 심복 두 명을 데리고 단보로 떠났다. 그곳에 도착하자 복자천은 데리고 온 두 신하에게 서류를 쓰도록 명령했다. 그러고는 붓을 들고 쓰기 시작하자 두 사람의 팔꿈치를 툭툭 치는 것이었다. 다 된 서류는 당연히 글자 획이 구부러졌거나 흐트러져 있었다. 견디다 못한 두 사람은 사임한 후 노공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보고를 받은 노공은 공자와 이야기하던 중 팔꿈치를 잡아당긴 의도를 알아차렸다. “나의 현명하지 못함을 복자천이 간(諫)하기 위해 철주를 한 것이구나. 내가 복자천의 정치방법을 어지럽혀 뜻을 펼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여러 차례 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모르고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다.” 그러고는 복자천을 믿고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하게 했다. 넛지, 팔꿈치 잡아당기기 기법이 멋지게 통한 셈이다.

정말 강한 리더십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상대가 자발적으로 움직여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답정너’, 답은 이미 정해졌으니 너는 따라만 하라는 저급한 강요형이다. 넛지는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더라도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정한 답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환경’을 설계한다. 강요하기보다 유도한다. 순서 배정, 강약 조정, 경로 설정… 간단한 장치로도 선택이 바뀐다. 그러니 옆구리를 찔러 부추기라. 은밀하고 위대하게….

첫째, 최소저항 경로(default)를 설정해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도록 하라.
독일의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Lewin)이 제시한 경로요인(channel factor)은 특정한 행동을 촉진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작은 영향력을 의미한다. 암묵적으로든 노골적으로든 제한범위와 기준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선택하게 된다. 당신이 소리 높여 주장할 필요도 없으니 주위에 적을 만들지도 않는다. 직행보다 완행으로, 경로만 설정해주면 상대는 당신이 정한 목적지로 알아서 오게 돼 있다.

중국의 경세가들은 요즘의 행동 경제학 이론을 배우지 않고서도 본능적으로 이 같은 최소저항 경로를 알았던 것 같다. 목청껏 답을 외치는 대신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표준으로 제공해 군주 스스로 최종 결론과 판단을 내리도록 했다. 신하의 의도대로 결정됐으되 명목상 의사결정자는 군주였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 신하 좋고 군주 좋고… 둘 사이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위나라 문후 때 정치고문을 한 이극이란 인물이 있었다. 임금이 재상 후보자로 계성자(季成子)와 적황(翟璜) 중 누가 좋겠냐고 자문을 구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는 전하께오서 친히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저 같은 신하가 입을 열 일이 아닙니다. 굳이 말을 하라면 기준을 아뢰겠습니다.” 그러고서 재상 후보자의 기준을 5가지로 일러준다. 첫째 재야에 머물 때 편안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둘째 벼슬길에 올라 존귀할 때 누굴 추천하는지 보고, 셋째 부유할 때 어떻게 베푸는지 보고 등… 이 순서도를 따르면 어떤 인물이 결정될지는 안 봐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인사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극은 “위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은 계성자이므로 그가 될 것”이라 말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계성자가 재상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도달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피드백을 습관적으로 거부하는 리더들이 있다. 상대의 의견을 따르면 권위가 추락한다거나 자존심 상하는 걸로 과민증상을 보이는 이들이다. 그런가 하면 변화를 이야기하면 무조건 불편해하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로 고집 세고 주도적인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있다. 위로 아래로 생각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에 필요한 것이 넛지다. 상기할 점을 짚어주는 기준점, 이를테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주자. 상대방에게 권유하고 싶은 경로를 설정해주고, 최종 판단은 아낌없이 넘기고 맡기라. 필요한 기준의 경로를 따라 ‘예/아니오’만 표시하다 보면 당신이 설정해놓은 목적지에 어느새 도달할 것이다.

둘째, 식역하 광고작전을 쓰라. 젖은 안개처럼 스며들고, 가랑비처럼 적시라.
식역하(識閾下) 광고란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광고다.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 또는 음량으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의식적으로 인지되지는 않지만 구매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여름에 야구경기를 보러갔는데 야구장 스타디움 전광판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타난다. “열기 속에 땀을 흘리면 수분이 빠져나간답니다.” 경기 중 이런 자막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은 저절로 물을 마시게 된다. 물을 마시라고 강요받은 사람은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말이다. 교묘하지만 탁월하다.

한나라 무제 밑에서 승상을 지낸 공손홍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초년운은 나빴으나 인생의 하프타임 이후 대운이 뻗쳤다. 마흔 즈음 벼슬하여 여든 살까지 승상을 지냈다. 허나 이는 운만이 아니라 처세술 덕이 크다. 곡학아세(曲學阿世)도 그를 두고 나온 말이니 그 캐릭터가 짐작될 것이다. 상사 설득의 귀재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관철시키는 필살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내주(內奏)’다.

황제의 뜻에 어긋날 법한 안건이 있으면 회의 전에 ‘내주’라는 형식으로 황제에게 미리 비공식 설명을 하며 동의를 구했다. 사전에 여러 번 설명해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에 공식적 자리인 회의에 제안했던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낯선 것도 익숙하게,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사전정지 작업을 한 것이다. 직언을 서슴지 않던 원고생의 눈에는 ‘곡학아세’로 보였을지 모른다. 오늘날의 넛지 기법으로 본다면 공손홍의 ‘곡학아세’에서 곡학은 ‘학문을 구부려’라기보다는 ‘학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사람들은 낯선 것을 불편해하거나 두려워한다. 관성의 법칙이 괜히 있겠는가. “이대로 살다 죽을래”라는 말처럼 현재의 습성에 머무르고자 한다. 이 때문에 변화경영의 선구자인 하버드 대학교 존 코터(John Kotter) 교수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알리는 일을 적정 수준의 10%씩 나눠 하라”고 말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특정 아이디어에 10∼20회 정도 노출될 때 호감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복잡한 아이디어라면 횟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

요컨대 상사에게 제안할 경우, 화요일 엘리베이터 안에서 30초 동안 짧게 설명한 뒤, 그다음 월요일에 다시 짤막하게 상기시켜주고, 그 주 말미에 상사의 의견을 구하는 식으로 조금씩 나누어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른 보고를 할 때 간단한 주장을 엮어 넣고 시차를 두고 반복해 친숙해지게 하는 끼워팔기 기법도 권할 만하다. 모 기업의 임원은 10분간 현안을 보고하면, 그 뒤 5분은 늘 추진 중인 미래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고 한다. 이 같은 배경설명이 한 자락 깔려 있기에 본안이 올라왔을 때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단, 명심할 것이 있다. 이 방법은 효과가 강력한 만큼 유용한 데 쓰여야 한다. 나쁜 목적으로 쓰이면 위험하다. 마치 미량 중금속 중독과 같다. 《논어》에 나오는 침윤지참(浸潤之譖), “물에 젖어들듯 조금씩 오래 두고 하는 참소” 같은 말이 그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조금씩 안개처럼 스며들어 문득 옷을 적시는 식역하 광고, 불온한 설득의 유혹은 없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넛지 기법, 선용은 하되 악용에 당하지 말라.

셋째, 긍정 프레이밍으로 실마리를 풀어라.
프레이밍(framing) 효과란 질문이나 문제제시 방법(틀)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맹자가 호변가(好辯家)란 평을 들은 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는 목에 핏줄을 세운 채 가르치지 않았다. 상대의 관심사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 그것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군주들은 맹자와 대화를 나눈 후, 맹자의 현란한 말솜씨에 반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아냐”고 감동했다. 감탄은 상대의 실력을 칭송하는 것이다. 반면 감동은 나의 마음을 읽어줌에 감사하는 것이다.

그 비결은 맹자의 예스 프레이밍을 통한 설득법이다. 맹자는 “무엇을 막고, 고쳐야 하는가”보다 “그것을 키우고,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의 성장 프레이밍을 활용했다. 맹자가 왕들과 대화할 때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다.
“왕께서 전투를 좋아하시니 청컨대 전투를 가지고 비유하겠습니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더라도 백성과 더불어 나누어 즐기신다면 통치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께서 여색을 좋아하시더라도 백성과 더불어 하신다면….”
전쟁, 재물, 여색… 모두 군주에게 일반적으로 금기시된 사항이다. 대부분의 충신들이 “역대 선왕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지적하며 바로잡으려 하는 시정항목이다. 재물, 이성, 권력… 이런 것을 향한 마음을 어쩌면 좋은가. 왕들의 고민에 대해 맹자는 참으라고, 싹을 자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추기는 듯하다. 그 마음 나도 안다고 어루만져준다. 색, 재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군주의 도(道)와 다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질성이 아니라 유사성으로 긍정의 프레임을 짠다. 그리고 욕망을 맘껏 펼치라고 한다. 다만 혼자 쓰지 말고 공유화하란 이야기를 살짝 끼어넣는다. 그래도 왕은 좋아서 감동할 수밖에 없다. 내가 싹수 노란 왕이 아니라, 여전히 성군의 가능성이 있다는데 동기부여가 안 되고 배기겠는가. 내친 김에 왕들은 한발 나아가 질문을 던진다. “(색, 재물 등을 좋아하는) 이 마음이 왕도에 부합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제야 맹자는 주장의 본색을 슬며시 드러낸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백성들과 함께 나눈다면 왕 노릇하심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색을 좋아하더라도 백성과 함께하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즉 욕심을 억누르기보다 확장하란 이야기다. 재물을 좋아하면 자신만의 궁전을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지어 국민공원화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색을 좋아하면 혼자만 후궁을 둘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외롭지 않게 홀아비 홀어미가 없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결론은 피를 토하는 직언과 같다. 단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서 끌어낸다. ‘그런데’, ‘그러나’의 ‘but’으로 마음의 물꼬를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yes’로 이어 키우는 것은 쉽고 부드럽다. 긍정 프레임의 좋은 점이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때 더 행복해진다. 긍정으로 물꼬를 터야 그쪽으로 물이 흐른다. 어느 소프트웨어 회사가 평가판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서두에 특히 좋아하는 기능을 물었더니, 이 질문을 받은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에 비해 이듬해 해당 제품에 32%나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미국 헌츠먼 경영대학원의 스털링 본(Sterling Bone) 교수 연구진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긍정적 권유는 평범한 고객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긍정적 질문의 프레이밍 효과다.

소통에도 이를 적용해보라. 고칠 것보다 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조직의 목표와 연결시켜라. 상대에 대한 존중과 조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라.

“지난 3월 회의 때 제출했던 발표문을 보니 이런 사항을 잘 만들었더군요. 당신과 같은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게 참 행운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말하고, 감사를 표한다. 긍정 프레임의 핵심은 교감형성이다. 상대를 칭찬하고 감사하면 마음이 풀리고 편안함과 친밀감을 가진다. 상대의 고민이나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대를 표현하라. 같은 지점, 같은 시점에서 출발하라. 리더의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해준 뒤 한발씩 나가는 조언이 설득력이 있다. 오늘 살짝 옆구리 찔러 선택하는 넛지로 뜻을 모아보면 어떻겠는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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