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②]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엘리엇 파고 넘는다

새 이사회와 ‘주주친화적’ 개편안 작업 돌입
정의선, 엘리엇 고배당 요구 정면돌파 의지
수소차, 스타트업 제휴 등 미래車 투자 확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다음달 주총을 거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새 이사회와 함께 주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그래픽=강기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소극적 주주친화 정책, 투자자와의 소통 부족 등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증권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산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전날 발표한 새 이사회와 함께 더욱 주주친화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모비스의 모듈·AS(사후서비스)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0.61 대 1로 결정된 분할합병 비율을 놓고 모비스 주주들이 불리하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시장에선 대체로 현대모비스 중심의 기존 개편안의 큰 틀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주가치 제고 전략 발표로 향후 지배구조 개편의 선택지가 축소됐다”면서 “대규모 자본투자를 확정지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자본을 축소시키거나 영업현금 흐름을 악화시키는 방안의 추진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 시점에서 현실성이 높은 대안은 대주주의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통한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글로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관측도 제기된다. 남정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글로비스, 모비스, 현대차 3사를 투자사와 사업사로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구축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며 “글로비스가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하는 개편안을 진행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주주 지분 매각 등에 따라 성장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향후 3년간(2019년~2021년) 배당금 1조1000억원, 자사주 매입 1조원 등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키로 확정했다.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배당 총액은 3788억원으로 작년 잉여현금흐름의 25% 수준이다. 올해부터 분기배당도 시행한다.

시장에선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 규모를 지난해 5월 발표한 향후 3년간 1875억원에서 1조원 규모로 상향키로 의결한 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업가치 방향성은 최근 보여준 영업지표 개선을 통한 실적 증대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등장할 추가적인 주주친화정책 강도에 연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달 주총에서 양사 이사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배당,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두고 엘리엇 측과 안건 경쟁을 벌이게 됐다. 현대차의 주요주주 및 지분율은 현대모비스 등 29.1%, 국민연금 8.7%, 캐피탈 그룹 7.2%, 엘리엇 3.0%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차 등 30.2%, 국민연금 9.5%, 엘리엇 2.6%다.

특히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 규모는 전년도 배당과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17년도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4000원, 현대모비스는 3500원의 현금배당을 각각 실시했다. 엘리엇은 기말배당으로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총 4조5000억원), 현대모비스에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총 2조5000억원) 배당금을 각각 요구하며 투기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해 현대차 당기순이익의 3.5배, 현대모비스 순이익의 1.3배 많은 규모다. 특히 현대차 배당 요구액은 지난 5년간 배당 총액을 넘는 금액으로 우선주 배당금을 포함하면 총 배당금은 약 5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엘리엣의 고배당 요구에도 현대차는 이사회 투명성 및 주주환원정책 강화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현대모비스도 “향후 3년간 4조원 이상의 투자가 불가피한데 이는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3년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4조원, 미래 성장을 위해 약 3~4조원, 주주환원정책을 위해 1조원을 사용하고 위기대응 자금으로 3조5000억원을 보유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핵심부품 투자확대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9조3000억원 수준인 핵심부품 매출액을 오는 2025년까지 18조원까지 확대한다. 국내외 스타트업 제휴 및 지분투자,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기반 확보에 3~4조원 사용한다. 또 전동화 시장 대응을 위한 생산기반 확충(전기차 2025년 167만대/수소차 2030년 50만대)에 4조원 이상 투입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적인 주주환원책과 이사회 운영 개선 방안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높여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임시주총에서 주주 동의를 높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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