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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은 라면담합 소송전···그동안 무슨일이?

상처만 남은 라면담합 소송전···그동안 무슨일이?

등록 2019.04.02 16:14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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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가격담합' 불명예 벗었지만수백억 소송비용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공정위 오판으로 번진 손실···보상은 누가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국내 라면 업계가 무려 7년 만에 ‘가격 담합’ 불명예를 씻게 됐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 유통업체 측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천억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라면업계는 씁쓸하기만 하다. 소비자에게 답합 기업이라는 인식이 이미 오래전에 각인된 데다, 소송에 대응하느라 부담한 비용만 350억원에 달한다. 7년의 악몽을 겪으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라면 함께 산업을 키워갔던 업계와 사이에도 금이 간 지 오래다.

◇라면업계, 그동안 무슨일이? =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농심, 오뚜기 등을 상대로 라면 가격 담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현지 대형마트 더 플라자 컴퍼니 등이 사건 소송종결서를 제출하면서 사건이 마무리 됐다.

라면 가격 논란은 앞서 2012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농심을 포함한 라면 제조업체 4개에 가격담합 과징금을 부과한데서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3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 업체가 2001년부터 10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들에 과징금 1354억원도 부과했다

여기서 공정위기 담합을 기정사실로 판단하게 된 이유는 삼양식품의 자진신고가 결정적이었다.

라면가격 담합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삼양식품은 이를 자진 신고했다. 담합 사실을 제일 먼저 알리면 과징금 100%를 면제해준다는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한 것. 공정위는 이를 기반으로 국내 라면업체 4곳(농심·오뚜기·삼양식품·한국야쿠르트)의 가격 담합을 사실로 판단했다.

당시 삼양식품은 업계를 배신한 괘씸죄로 미움을 받았지만 회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삼양식품에서 수백억원이 예상되는 과징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 만약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회사 존폐위기에 놓일 처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커졌다. 국내 가격담합 사건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이 미국 유통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제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부당한 가격 인상 담합으로 현지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봤으니 배상을 하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내 원고 측으로 나선 더플라자컴퍼니는 공정위의 담합 의결 사실을 기반으로 농심과 오뚜기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담합을 중죄로 처벌하는 미국에서 담합이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 3배의 과징금을 포함해 수천억원을 물어내야 할 상황이었다.

그해 11월 서울고법이 담합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미국 로펌은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피하려면 합의를 하라”고 한국 라면 업체들을 압박했다, 실제 삼양은 2015년 9월 담합 사실을 인정하고 150만달러(약 17억550만원)에 원고 측과 합의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합의하지 않고 미국 법정에서 끝까지 싸웠다. 당시 한국 소비자들은 이들을 이미 담합 기업으로 낙인찍은 상황이었다. 한국의 고등법원도 공정위의 판단을 인정했다.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한국 대법원이었다. 2015년 대법원은 농심과 오뚜기 측의 담합 사실에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 후 미국 내 소송 기류도 바뀌었다. 지난 1월 미국 연방법원은 농심 등 한국 라면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일부 배상금도 인정하지 않은 라면 업체의 완전한 승소였다.

◇공정위 잘못된 판단으로 상처만 남은 라면업계 = 농심과 오뚜기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지 주목된다.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은 라면업계를 무려 7년 동안이나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 특히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의 손해는 엄청나다.

가격담합 이슈로 브랜드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소비자 신뢰도 역시 급격하게 떨어졌다. 농심의 미국서 79%에 달했던 점유율은 작년 54%까지 떨어졌다. 국내 점유율 역시 2012년 70%에서 작년 5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그동안 라면업체들의 소송비용도 350억원이 넘는다. 회사 존폐를 걱정하며 자진신고를 하고 미국업체와 합의를 했던 삼양식품도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며 “라면 업체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와의 소송에서 이기려면 공무원들의 고의나 중과실(고의에 가까운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현재 비슷한 사건에서 공정위가 승소한 케이스가 50%를 훨씬 넘는다”면서 “또 공정위에 소송을 걸었다가 눈밖에 나면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 지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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