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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등록 :
2019-04-03 17:15

수정 :
2019-04-03 17:20

[NW리포트]“나라빚 수백조 증가,공무원 탓”…정말이야?

회계연도 국가결산 나올 때마다 매년 똑같은 제목
1997년 이후 국가부채 상승에도⋯OECD 낮은 축
美 107.8%·佛 97.0%·英 87.0% 등⋯한국은 38.2%
연금충당부채, 금리변동 따라 달라져⋯할인률 변수
공무원 증가 변수는 14조2000억원(15%)밖에 안돼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다수의 매체는 천편일률적으로 국가부채의 주범으로 공무원연금·지목했습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일부에선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2015년 “지난해 ‘국가 부채’ 93조원 늘어…총 규모 1200조원 돌파”
2016년 “작년 국가부채 1284조…절반이 공무원·군인연금 빚”
2017년 “국가부채 1,400조원 돌파...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급증”
2018년 “나라빚 1500조 돌파…54.4%가 공무원·군인연금”
2019년 “국가부채 1천550조 돌파…54%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사실 이러한 제목의 기사는 매년 이맘때쯤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수년간 매번 공무원 연금으로 인해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정말 대한민국 재정상태는 ‘빚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하고, 공무원 연금이 국가부채에 크게 위협되는 수준일까요?

국가부채는 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하고 미래세대의 부담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로서 국가 재정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IMF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등 세 가지 지표를 통해 국가부채 규모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갚아야 할 돈으로 분류되는 국가채무(D1)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회계․기금상의 채무로서 680조7000억원(GDP 대비 38.2%)에 달합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규모와 GDP 대비 비중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D1)는 1997년 60조3000억원에서 2018년 680조7000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충격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상승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통계가 있는 주요국 가운데 낮은 축에 속해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일본의 부채 비율이 236.4%로 가장 높고, 미국 107.8%, 프랑스 97.0%, 영국 87.0%, 독일 64.1% 등으로 나타납니다. 즉 국가 재정건전성만 두고 봤을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겁니다.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이고 국가자산은 2123조7000억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41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65조7000억원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1년 새 자산은 61조2000억원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부채는 126조9000억원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분 중 21조7000억원은 국채발행에 따른 것이고, 전체의 4분의 3에 달하는 94조1000억원은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인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 폭은 2013년 통계집계 방식 개편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939조9000억원으로 전체 부채 중 55.9%를 차지했습니다. 공무원연금이 나랏빚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이부분 때문입니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말합니다. 물론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합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급증은 공무원과 군인 재직자 수와 연금수급자 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할인율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돼 부채의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집니다.

기획재정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연금충당부채 증가분 94조1000억원 중 85%인 79조9000억원은 할인율 인하 등 재무적 요인에 따른 증가분입니다. 공무원이나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 효과(30조 7000억원), 공무원이나 군인 수 증가 등 실질적 요인에 인한 증가는 15%인 14조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기재부 측은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것은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증원된 공무원과 관련이 없다”면서 “지난해 추경으로 하반기에 신규 채용된 공무원은 아직 1년 미만 근무자로 2018년 연금충당부채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연금충당부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공무원 연금 때문에 국가 부채가 1700조원에 육박했고, 공무원 증원으로 부채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에는 어느정도 사실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연금충당부채는 금리변동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확정 부채가 아니어서 IMF나 OECD에서도 공식지표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무원 신규 채용을 하게 되면 이 부채가 더 늘어난다고 하지만 공무원 연금에 따른 기여율 인상, 연금 지급률 인하 등에 따라 공무원 신규 채용자가 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재직자보다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까지는 공무원 충원 이후에도 인건비 비중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공무원·군인 연금의 만성적자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등에 비해 수령액이 많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며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두 연금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다음 세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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