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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재벌의 몰락…한진·금호 가시밭길

한진, 재계순위 1단계 올랐지만 부채비율 증가
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막대한 상속세도 관건
금호, 재계순위 3계단 추락해…11조원대 자산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4조원대 자산…중견기업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그래픽=강기영 기자

총수 지정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한진그룹의 재계 순위가 지난해 대비 한 계단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분 승계와 행동주의 KCGI 펀드를 향한 경영권 방어 과제가 불씨로 남았다.

박삼구 회장이 총수인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25위에서 세 계단 추락한 28위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현실화하면 이런 성적표는 더욱 추락할 전망이다. 자산 추락 후 중견기업 전락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원태 회장 총수 지정…경영권 논쟁 불씨는 여전 = 이날 한진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지난달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에 따라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사망으로 변경해야 할 사유가 발생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한진은 지난해 재계순위 14위에서 이번 발표 기준 13위로 1계단 상승했다. 한진의 지난해 자산총액(공정자산)은 30조3000억원에서 올해 31조7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소속회사 수도 지난해 28개사에서 올해 32개사로 4개사 늘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33.6%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시기업집단 부채비율 증가에서 한국투자금융(35.9%포인트 증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공정위는 “한진이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입 차입금 증가에 따라 이러한 부채증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진의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애초 지난 9일 발표 예정이었던 이날 공정위 동일인 지정은 한진 자료 제출이 늦춰지면서 미뤄진 결과다. 그만큼 고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회장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안팎에서 내홍을 겪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17.84%)을 조원태 회장이 어떻게 승계할지 여부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조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는 것으로 가정하면 이 지분에 대한 상속 비율은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94%를 받고 조 회장을 포함한 삼남매가 각각 3.96%씩 상속받는다.

문제는 삼남매간 지분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2.34%를 가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1%를 쥐고 있으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0%을 보유 중이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여기에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만 약 2000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경영 참여를 내걸고 지분 확대에 나선 KCGI(강성부 펀드)의 견제도 버텨내야 한다.

◇‘공식 총수’ 변화 없지만…중견기업 전락 눈앞 = 이날 재계 순위 28위까지 내려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총액 역시 지난해 11조9000억원에서 올해 11조40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 3월 박삼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총수 변경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앞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에 2018년 재무제표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9578억원에 달하는 데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82억원) 3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903.6%나 된다. 여기서 촉발돼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수순을 밟고 있으며 이는 향후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매출 60%가량을 차지하며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곳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돼 계열사에서 빠지면 그룹 전체가 당장 중견기업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3700억원과 4200억원에 불과하다.

재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그룹 매출이 3조5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룹 자산은 현재 11조원 수준에서 4조원 정도로 축소돼 사실상 중견기업으로 떨어진다.

그래픽=강기영 기자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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