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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인복(人福)은 인덕에서 나온다

“내겐 왜 ‘좌00 우00할 정도의 동지가 없단 말인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복을 탓한다. 주변사람을 원망하기도 한다. 귀인과 은인이 없는 신세를 탓한다. 위기는 사람을 통해 오지만, 사람을 통해야 풀린다. 인복은 인덕과 통한다. 인복은 인덕이란 선(善)투자가 선행돼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리더의 매력은 용모나 실력보다 실수에 대한 관용에서 우러난다.

알고 보면 역사적 영웅들도 뒤통수를 맞는 크고 작은 배신을 당해 통한의 굵은 눈물을 흘렸다. 주먹을 부르쥐었다. “아니, 믿었던 너 마저”하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의심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 말은 쉽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의심나는 사람을 써야 할 때도 있고, 쓴 사람을 의심해야 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친구와 적을 구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많다. 조심은 해야 하지만 100퍼센트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물속은 모른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 골라 쓰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리더의 인덕은 사람을 고치게도 한다. 리더의 악덕은 고른 사람도 배반하게도 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있다. 덕있는 자는 반드시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덕(德)이란 도덕군자의 내적 수양이란 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용, 수용,포용의 나눔과 베풂의 행동이다. 리더에겐 실력보다 매력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 매력의 원천은 결국 인덕이다. 리더의 인덕이란 상대의 실수를 품어주고 안아주는 것이다. 그래야 동지를 만들 수 있다. 실수와 약점을 견뎌주고 품어준 데서, 상대의 위기를 구해준 데서 리더의 인덕은 쌓인다. 평상시엔 보이지 않더라도 위기 시에 힘을 발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어디선가 홀연히 흙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나 생명을 구해주는 역사속 이야기는 그것에 대한 고도의 비유가 아닐까.

◇초장왕, 자신의 애첩을 희롱한 장수에게 한 대응책은?
중국 초나라 장왕(BC 613~591)역시 리더의 그릇 크기에서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절영지연(絶纓之宴)의 고사는 그의 관용을 보여준다. 초장왕이 전쟁을 벌이러 나간 사이, 당시 최고의 세력이었던 약오씨의 수장 투월도가 내란을 일으켰다. 이를 진압한 것을 축하하고자, 초장왕은 적확히 말해 왕권의 족권에 대한 승리를 축하하는 <태평연> 연회를 종일 베풀었다. 이번 잔치는 단지 한번 전쟁의 승리를 넘어 그간 흔들리던 왕권의 안정을 자축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래서 왕의 애첩까지 잔치에 참여, 몸소 술을 따르게 했다. 밤은 깊어지고 주흥도 갈수록 도도해졌다. 공교롭게도 바람이 불어 궁전을 밝히는 촛불들이 꺼졌을 때 갑자기 왕의 애첩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웬 장수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기에 임기응변 기지를 발휘해 그의 갓끈을 뜯었으니 촛불을 밝혀 누군지 찾아달라고 말한다.

초장왕은 촛불을 밝혀 범인을 색출하려 하기는커녕, 장수들에게 모두 갓끈을 끊으라고 명령한다. 신하들에게 "오늘은 과인과 함께 마시는 날이니, 갓끈을 끊어버리지 않는 자는 이 자리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今日與寡人飮, 不絶冠纓者不歡)"라고까지 말하였다. 이에 신하들이 모두 갓끈을 끊어버리고 여흥을 다한 뒤 연회를 무사히 마쳤다.

이에 항의하는 애첩 허희에게 초장왕은 “옛 말에 임금이 신하와 술을 마실 때는 낮에 마시는 것이고, 술을 3잔 이상 넘기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했소, 오늘은 밤새도록 마신 것은 내가 먼저 예를 어긴 것이니 과인의 뜻을 따라주시오”하고 설득했다고 한다.

오늘날 미투, 성희롱의 관점에서 문제제기의 소지는 있으나, 당대의 맥락에서 보면 파격적 관용이라 할 수 있다. 사형에 처해도 될 만한 죄목인데 이를 포용, 눈감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포용은 훈훈한 결말을 낳는다. 나중에 초장왕이 정나라를 공격해 복병을 만나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일이다. 한 장수가 정예병 100기를 이끌고 나타나 활로를 뚫어 장왕은 저항을 뚫고 진격할 수 있었다. 바로 당교라는 장수였다. 그에게 사생결단을 하고 활로를 뚫은 이유를 묻는다. 이때 당교는 그때 그 연회에서 갓끈을 뜯겼던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며 그 은혜에 보답코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성왕의 넉넉한 인덕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윤색돼 나타난다. 그가 미나리김치에 거머리가 붙은 것을 알면서도 요리사의 안위를 염려해 아무 말없이 씹어 삼켰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유방, 용모가 닮은 부하의 가짜유방 행세에 취한 대책은?
유방이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일이다. 장수 기신은 자신이 가짜 유방행세를 할테니 대피하라고 대책을 올리고, 대신 죽을 것을 자청한다. 항우와 유방의 대결에서 초반전엔 항우가 절대우세였다. 유방이 식량 고갈로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장수 기신은 “유방으로 위장하여 항우에게 거짓 항복하는 사이 진짜 유방은 성을 탈출하라”고 말한다. 그가 유방의 수레를 타고 나가 "성 안의 양식이 바닥나서 이제 항복한다!"라고 교란시켜 가짜 유방행세를 해 유인하는 사이, 진짜 유방은 다른 길로 도망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기신이 가짜 유방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둘의 용모가 닮았기 때문이었다. 관중과 항우가 세력대결을 벌일 때, 초회왕은 진나라 수도 함양에 제일 먼저 입성한 자를 관중 왕으로 삼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유방의 군대는 운 좋게도 항우에 앞서 도착했다. 그때 함양의 백성들이 유방과 비슷하게 생긴 기신을 착각, 지극정성으로 접대했다.

기신은 사실을 밝히며 그걸 사양하긴 커녕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즐겼던 것. 유방은 이 사실을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지만, 기신을 처벌하기는커녕 “내 마누라는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오”하고 웃으며 넘긴 적이 있었다. 사형에 처해도 될 기망 죄였음에도 용서하고 넘어간 관용이 리더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성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위기를 함께 하는 동지애는 위기를 같이 해야 형성된다. 동맹의 강도는 비례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은 내가 그간 손을 얼마나 잡아줬느냐에 비례한다. 나는 이를 부의의 법칙이라 표현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열명의 손을 잡아줬다고 해서 모두 그들이 손을 잡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률은 높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이 인복이라고도 한다. 인복은 기적이 아니라, 농사다. 뿌려야 결실을 거둔다. 물론 뿌린 대로 거두지는 못한다. 하지만 뿌리지 않으면 거둘 것도 없다. 인생의 성공, 위기극복은 박수갈채의 강도가 아니라 감사의 강도에서 비롯된다.

부하의 위기는 공적인 실수했을 때, 흔히 말해 ‘사고 쳤을 때’ 최고조에 이른다. 당신은 상사로서 상황을 수습하느라 경황이 없을 것이다. 그 여파로 함께 덤터기를 쓸 수도 있고, 경력에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때 부하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라. 부하가 실수했을 때 한 번의 포용이 10번의 칭찬보다 힘을 발하고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 관리자의 월급엔 부하의 실수책임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자위하라.

칭찬보다 몇배 더 힘이 센 것이 실수에 대한 포용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실수에 대한 포용은 호랑이를 춤추게 한다. 남들과 같이 하는 칭찬은 기억에 남지 않는 반면, 남들과 같이 하는 질책은 상처를 남긴다.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실수한 부하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거나 함께 우왕좌왕하면 인재는 이직으로, 둔재는 나태로 보복할 것이다. 그 대신 위기를 감동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보라. 부하의 실수를 수습하고, 처리해줘라. 그것이 길길이 뛰며 야단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부하의 업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사고를 수습하는 모습과 배려와 격려의 방식에서도 상사력은 발휘될 수 있다.

시세이도화장품의 사장을 지낸 마에다 신조는 좌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자기에게 큰 용기를 준 상사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제가 직접 제안해 출범한 시세이도의 독자 브랜드가 판매 저조로 결국 본사로 소환됐습니다.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보직을 맡았지만 두 달가량 아무 것도 일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실직 상태였죠. 참다못해 회사를 그만두려 했을 때 한 상사가 전화를 걸어와 술 한 잔 하자고 하더군요. 그분은 같은 부서는 아니었지만 멀리서 저를 보시면서 ‘아, 저 친구가 이제 한계에 왔겠구나’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준 겁니다. 술자리에 가서 그만두려 한다는 말을 꺼내기 전, 그분이 먼저 ‘그만두면 안 돼’라고 말하더군요. ‘아, 이렇게 부하가 갖고 있는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해주는, 가슴이 따뜻한 상사가 계시는 곳에 더 있어야겠다’란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적어도 회사에는 그런 상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작은 실수에 노발대발 야단치거나 애면글면 머리 싸매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통크게 품어주라. 이미 자신의 실수를 알고 있는 직원에게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배움을 위한 수업료”라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라.

모대기업의 L차장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지금 생각해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당황스러운 실수를 저질렀는데, 당시에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실수를 빨리 이실직고하고 문제를 수습해야만 했다. 그의 직속 상사는 오히려 혼비백산한 그를 위로라도 하는 듯 “아, 직장생활 하다 보면 더 큰 실수도 할 텐데 뭐 그 정도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가”하고 느긋하게 넘어가는 것 아닌가. 그의 그릇이 남달라 보이고 감사한 마음뿐이더란 이야기다.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너무나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직원의 상처에 소금을 비비지 말라. 차라리 머큐로크롬을 발라줄 때 그의 충성심과 성실함은 배가될 것이다. 꼭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주위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고민하고 있는 부하는 없나 둘러보라. 그에게 조용히 데이트를 청하라. 그리고 북돋워줘라. “인생은 마라톤이고, 나 역시 한때 인생의 진도표가 마음처럼 쭉쭉 안 나가 좌절한 적이 있었다고. 때로 인생의 쉼표, 도돌이표는 숨고르기 위해서 필요한 법”이라고. 따뜻하게 건넨 당신의 이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되돌리고 사기를 높일 수 있다.

구성원이 힘들어할 때, 잘못했을 때 기댈 어깨와 손을 빌려줘라. 위기가 기회란 것은 거창한 전략에서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구성원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수를 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품어주고 기다려 주라. “네가 그럴 줄 알았어”하고 윽박지르기보다 “자네가 그럴 리없는데”의 한 마디가 기운을 준다. “좌00, 우00”정도의 동지를 갖는 인복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위기시 손을 뻗친, 실수를 품어주고 안아주는 인덕에서 나오는 법이다. 평상시에 자원이 풍부하고, 상황이 넉넉할 때 리더십은 권위와 품위만으로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기시, 자원이 쪼달리고 상황이 팍팍할 때 리더십은 자리만으로, 권위만으로 유지하긴 힘들다.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의 온도’가 평소 예열돼있어야 가동이 가능하다. 리더십의 강도 못지 않게 중요한게 리더십의 온도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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