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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9-05-29 14:49

美·中 무역전쟁에 숨죽인 재계…“미국이 동참 요구하면...”

“어느 쪽이냐?” 요구받을까…‘전전긍긍’
“지금은 원칙대로”…내부선 고심 깊어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 눈길

사진=뉴스웨이DB

미중 무역전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재계가 골몰하고 있다. 두 국가 사이에서 평균대를 더듬어 걷는 형국이란 비유도 나온다. 자칫 한 발자국이라도 잘못 놓으면 무게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29일 재계 입장을 종합하면 외부적으론 의연하지만 내부적으론 주판알 튕기기에 한창이다. 공식 입장이 없다는 전제 조건 아래 안으로는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분석 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전쟁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한쪽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누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며 “당장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없지만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라는 말을 이럴 때 쓰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당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설 것이냐는 물음이 코앞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화웨이 모바일 사업부 소속 고위 임원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을 찾으면서 재계의 초침도 빠르게 돌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화웨이 임원은 계약대로 부품 공급 이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내 기업 대다수가 “부품 공급 중단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 기업들은 “공식 입장이 없다” “당장 알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등 여론 관심에 선을 긋고 있다.

여기에 지난 26일 방한한 러우친젠 중국 장쑤성 당서기는 29일까지인 방한기간 중 국내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만난다.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화웨이와 국내 기업 간 관계가 대두될 것이란 해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가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미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국내 개별 기업을 콕 집어 거론했을 경우다. 미국 정부는 사실상 전 세계에 ‘화웨이 따돌리기’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실상 화웨이와 거래를 끊겠다고 이미 밝혔다. 타이완 통신사들은 아예 화웨이 스마트폰을 팔지 않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국내 특정 기업을 뜻하는 뉘앙스의 메시지 등으로 동참을 요구할 경우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방침을 정하기엔 정확히 어떤 요구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원칙대로 있으면서 주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당장 국내 수출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걱정이 흘러나온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주요 5대 매출처 중 하나다. 5대 매출처 비중은 전체의 약 12%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를 비롯해 샤오미와 오포 등이 대표적인 중국 거래처다. 이들에게 메모리를 공급하는데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 비중은 10%대로 중국 거래선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 추산을 종합하면 지난해 화웨이는 국내 기업 생산 제품을 10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 구매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전체 금액 중 6.1%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 모두 향후 행보에 “당장은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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