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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로 본 Give&Take

[김성회 온고지신 리더십]역사인물로 본 Give&Take

등록 2019.06.03 09:41

수정 2019.08.29 10:03

역사인물로 본 Give&Take 기사의 사진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것, 그것이 정치의 보배다”(知與之為取 政之寶也). 사마천의 <관안열전>에서 제나라 재상 관중이 한 말이다. 강대국인 제나라의 환공이 약소국인 노나라 조말장군의 협박에 밀려 땅을 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선 깨려 할 때 한 말이다. 결국 환공은 관중의 말을 듣고 땅을 돌려줘 신의를 지킨다.

이 말의 배경이 된 춘추전국시대, 그 때가 어떤 때인가. 야수의 시대, 땅따먹기의 배틀이 하루가멀다하고 벌어지던 사회였다. 제환공이 ‘만인이 만인을 적으로 삼던’ 혼란의 시대에 여러나라들의 맹주가 된 것은 바로 그런 ‘주는 것이 얻는 것’이란 신뢰의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을 실행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주창한 관중은 도덕군자가 아닌 경제학자요, 실용주의자였다. 그가 말한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은 도덕률이 아니라 생존, 승리의 법칙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 아큐식 정신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진정한 리더십을 펼치려면 바로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주는 것에는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강압과 폭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다.

이는 실제적 의미론 주는 것이 아니라 뺏기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선심성 거래, 일종의 인기전술이다. 실제론 베푼다기 보다 팔고 사는 것이다. 셋째는 아무런 대가를 기대함이 없이 베풂이다. 이런 베풂이 진정한 덕(德)이다. 덕과 얻을 득(得)은 같은 글자다. 덕이 있어야 세상도, 사람도 얻는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다음 3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베풂을 통해 한 사람의 마음을 얻었는지 살펴보자.

◇진(秦)목공, 자신의 말을 잡아먹은 도둑들에게 어떻게 했을까?
진목공(BC 682년~BC 621년)은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도록 터전을 다진 인물이다. 인품과 성과, 두가지 면에서 모두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혹자는 그를 춘추시대의 뛰어난 리더 빅5에 편입시키기도 한다.

진(秦)목공은 진(晉)나라에 기근이 들자 구호물자를 보내 도와준다. 자연재해는 돌고 도는 것인지 이듬해 진(秦)나라에 가뭄이 든다. 자신이 도와주었던 진나라에 구호물자 도움을 요청하자, 이들은 입을 싹 씻는다. 은혜를 갚기는커녕 어려워진 상황을 틈타 침략을 한다. 진목공이 전투를 벌이며 열세에 몰려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이때 갑자기 흙바람을 일으키며 300명의 군사가 나타나 진목공을 구출한다.

누구였을까. 진목공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었다. 예전에 진목공은 명마를 잃어버린 일이 있었다. 도둑을 잡고 보니 야인들이 굶주린 나머지 진목공의 말을 잡아먹었던 것. 실무담당자들은 즉시 처형하자고 말했지만 진목공은 풀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고기만 먹으면 속을 버릴 테니 함께 먹으라”며 술까지 선사했다. 이때 목숨을 구한 야인들이 진목공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나타났던 것이다.

말은 요즘에도 비싼 가격이다. 보통 1천만~1억원이고,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말은 20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전 중국 고대사회에서도 말은 귀하고 비싼 동물이었다. 특히나 왕이 소유한 명마였다면 최고가였을 것이다. 벤츠 이상으로 귀한 것은 물론 늘 가까이서 아끼던 반려(?)동물로서 심리적 애착도 높았을 것이다. 심적 상처, 물적 피해로 인한 분노를 누르고, 체하지 말라고 술까지 함께 내린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의 그릇을 짐작케 한다.

◇진(晉)나라 조돈, 걸인에게 베푼 ‘선한 사마리아인’의 은혜
성경에선 “이웃을 사랑하라”를 말하며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예로 든다. <열국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진(晉)나라의 권신 조돈(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편으론 후계자선정을 둘러싼 처신에서 자신의 명철보신에 급급했다는 역사의 비판도 함께 받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물리적으로나 권력면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도처에 그가 은혜를 베풀어 신망을 쌓아놓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가 사냥을 하러 머물렀다가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가 알아보니 사흘동안 굶주렸다는 것이었다. 조돈이 그것을 가엽게 여겨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런데 웬걸, 그 걸인은 배 고프다면서도 다 먹지 않고 반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 남자는 “3년 동안 나랏일을 했지만 어머니의 생사여부를 알지 못한다. 집이 가까우니 먹을 것을 남겨서 보내주길 청한다”고 대답한다. 조돈은 그 말을 듣고는 남자에게 “걱정말고 밥을 다 먹으라”하고는, 어머니를 위해 고기와 밥까지 싸서 보내주었다. 원 플러스원의 요청한 것 이상 호의를 베푼 셈이다.

사람의 신세는 모르는 법이다. 하늘의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권세를 누린 조돈이었지만, 권력투쟁의 틈바구니에서 진영공의 미움을 받게 돼 죽음이 경각에 달하는 신세가 된다. 진영공은 조돈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던 것. 궁궐에 무장을 한 무사들을 잔뜩 배치하고선 잔치에 그를 초대했다. 흉계를 뒤늦게 알아챈 조돈이 잔치에서 성급히 도망치려 하지만 영공은 사냥개를 풀어 그를 향해 공격하게 한다. 조돈은 “사람을 버리고 개를 쓰는 구나, 개가 사나운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하며 다급하게 절규하지만 이미 독 안에 든 쥐 꼴이었다. 아니 사나운 개에 몰린 사람은 독 안에 든 쥐보다 비참했다.

이때 누군가 조돈을 구하러 바람처럼 나타난다. 바로 진영공의 호위병인 영첩이란 사람이었다. 그는 창을 들고 사나운 병사와 개들로부터 조돈을 막아낸다. 덕분에 조돈은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조돈은 도망치는 와중에서도 그 인물이 누구인가를 물어본다.

영첩이란 사람은 예의 바로 그 걸인, 굶주림에 시달려 쓰러졌을 때 도와준 사람이었다. 조돈은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 도망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진영공은 살해당했고, 결국 조돈은 돌아와 재기할 수 있었다.

◇맹상군의 빚 탕감:확실한 위기는 인심얻어놓는 것
맹상군(?~BC 279)은 전국시대 말기의 유명한 제나라 정치인이다. 천하의 인재 삼천명을 모아 후하게 대접한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인재를 귀하게 대접했지만 그가 막상 어려울 때 3000명의 식객들은 하나같이 모르는 척했다. 맹상군의 치 떨리는 배신감은 ‘내 그들 얼굴에 침을 뱉고 싶다“며 울분을 적나라하게 표하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이런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맹상군을 위해 목숨바치고 구명활동을 해준 이들은 재능 많은 그잘난 식객들이 아니라, 은혜를 입은 무명의 서민이었다. 그 내막을 살펴보자.

늘 왕권과 신권엔 권력 상호견제의 팽팽한 샅바싸움이 존재한다. 그 사이를 비집고 음모와 참소가 끼어든다. 맹상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맹상군의 세력이 나날이 세지니까 제민왕의 마음엔 견제를 하고자 하는 불안한 마음이 싹텄다. 누군가 “맹상군이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제민왕을 들쑤셨다. 제민왕은 그 말을 듣고 의심하였고 맹상군은 피신을 해야 했다. 이때 한 사람이 제민왕에게 “맹상군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몸으로써 그것을 맹세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는 왕궁 문앞에서 스스로 목을 찔러 맹상군의 결백을 증명하였다.

민왕이 이에 놀라 행적을 자세히 조사해보았더니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제민왕은 이를 기화로 맹상군을 용서해 다시 불렀지만 이미 왕의 내심을 알아챘는데 화를 자초할 일은 없었다. 끝까지 병을 핑계대고 물러난다. (제민왕이 맹상군을 견제하고자 다시 제거하려고 나섰다가 연나라, 진나라, 조나라와 연합군에게 패배, 거(筥)지역으로 도망가 죽는 것은 후일의 일이다).

이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왕의 궁궐 앞에서 맹상군 구명운동에 나선 것은 어떤 연유 때문이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맹상군의 봉읍지 세금을 탕감 받은 인물이었다. 맹상군은 식객을 먹여살리기 위한 종자돈을 그의 봉읍 세금으로 마련했다. 그런데 그의 집사인 위군이란 인물이 몇 차례나 이 지역을 오가면서도 세금을 거두어오지 않았다. 그 연유를 물어보니 어진 사람이 있어 세금을 탕감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때 그 은혜를 입은 인물이 바로 이 구명운동에 나섰다. 맹상군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재기를 다질 수 있었다.

위의 진목공, 조돈, 맹상군의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은 모두 화끈하게 1+1, 덤까지 얹어 감사를 넘어 감동을 창출한 것이다.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것이 이들의 평판을 높였고, 신뢰를 사게 했고, 위기에서 구했다. 관중의 ‘주는 것이 얻는 것이다’는 애덤 그랜트 와튼 스클 교수가 말한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 ‘주는 것이 성공한다‘와 일치한다. 애덤 그랜트는 저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양보하고 주고 배려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도와줄 때도 불쏘시개처럼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이 물뿌리개처럼 찔끔찔끔 도와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국회미래연구원이 미래시나리오로 배틀그라운드의 약육강식사회를 미래모습으로 예측했다. 공동체보다 개인, 협력보다 고립으로 야만의 극한경쟁을 벌이며 자신만의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승자독식사회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과연 미래엔 그런 야만적 권력자가 그물로 포획하듯 독식할까. 애덤 그랜트교수는 오히려 가면 갈수록 기버(Giver)독식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드시 막연한 성선설 등 인간에 대한 믿음에 기대서가 아니다. SNS, 사회적 평판 중시, 투명한 평판 중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인프라가 ‘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짧게 보면 ‘주는 것은 쓸모없는 것’이지만 길게 보면 ‘가장 수익률 높은 인생승리법칙’이다.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은 정치의 보배이다”(知與之為取 政之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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