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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경영권 안정화 수순…3남매 모친 이명희에 쏠린 눈

델타·에어버스, 한진칼 지분 매입…오너가 백기사
자금조달 어려운 KCGI…사실상 경영권 분쟁 종료
이 전 이사장, 상속 지분으로 막강한 영향력 발휘
향후 승계과정 거센 입김…물밑서 경영참여 전망

그래픽=강기영 기자

한진가를 향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도전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상속받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으로 그룹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유럽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잇따라 매수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델타항공은 지난 21일 대한항공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약 250만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규제 승인이 완료되면 지분율을 1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점으로 미뤄볼 때, 조 회장 ‘백기사’를 자처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과 오랜 기간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온 에어버스 역시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최근 한진칼 지분 145만주를 사들였는데, 매입 주체가 에어버스라는 주장이다.

한진칼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델타항공 4.3%, 에어버스 2.5% 총 6.8% 규모다. 조 전 회장과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28.93%에 더하면 총 35.73%다. 2대주주로 공격적인 경영참여에 나서는 KCGI가 보유한 15.98%와는 2배 이상(19.75%) 차이가 난다.

KCGI가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서더라도 오너일가를 제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델타항공이 지분을 10%까지 확대하면, 지분격차는 25%포인트 이상으로 더욱 벌어진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자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대우가 200억원 규모 담보대출 회수에 나서는 등 금융투자사들은 우회적으로 KCGI 자금줄을 압박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로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KCGI는 경영권 분쟁 이슈 해소에 따른 주가급락 여파로 시세차익이 감소했고, 기존 대출금의 상환 연장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일가 경영권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이 전 이사장의 향후 행보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은 현재 한진그룹 관련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 유일한 경영 참여 활동이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은 조 전 회장 지분 상속이 완료되면 단숨에 그룹 경영권을 좌우할 핵심 주주가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별세한 조 전 회장이 별도의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법정 비율대로 상속된다. 이 전 이사장은 5.94%, 조 회장 삼남매는 3.96%씩 나눠 받는데, 상속 이후 지분구조는 조 회장 6.3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27%, 조현민 한진칼 전무 6.26%, 이 전 이사장 5.94%다. 이 전 이사장의 보유 주식은 자녀들보다 적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무가 지난해 4월 불거진 ‘물컵논란’ 이후 1년2개월여 만에 서둘러 복귀한 배경에는 이 전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조 전무 복귀가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 조 회장이 이를 강행한 것은 이 전 이사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 전 부사장의 복귀 향방도 이 전 이사장에 따라 전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이사장은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주요 사업은 ▲항공업 ▲물류업 ▲호텔업 ▲정보제공업 ▲임대업 ▲여행업 등으로 나뉜다. 조 회장은 항공업과 물류업 등 그룹 전반을 관리하고, 조 전 부사장은 호텔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조 전무는 마케팅이나 관광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분리가 가능하고, 이 전 이사장이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전 이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한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시장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물밑에서 이뤄질 것이란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일우재단 이사장으로는 복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 전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거나 일우재단에 복귀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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