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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昇華) ③ 의무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승화(昇華) ③ 의무

등록 2019.07.15 09:43

수정 2019.07.16 09:07

승화(昇華) ③ 의무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세 번째 글의 주제는 의무(義務)다.

의무(義務); 내 자신을 희생재단에 바치는 거룩한 일

오늘 나의 심장을 뛰게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위해 오늘을 헌신한 것인가? 자신이 최선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가지고 하루를 장악하는 사람이 리더다. 리더는 ‘스스로에게 리더’인 사람이다. 리더는 구분區分할 수 있는 자다. 구분이란 자신의 삶을 도약시킬 수 있는 생각, 말, 그리고 행위와, 자신을 과거로 도태시키거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마지 못해하는 것들에 대한 선명한 분리다. 구분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시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명하게 나누어, 중요한 것과 시급한 것에 몰입하려는 준비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우선순위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가려내어, 그것을 완전하고 효율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집중한다.

집중(執中)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의 완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평상시 집중을 연습하지 않는 자는, 허접한 결정을 내려 일을 망치고 만다. 집중을 훈련한 사람은, 자신이 해야 일을 완벽하고 탁월하게 마친다. 집중은 일을 완수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그 일을 완벽하게 마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덕목이다. 누구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지만, 완벽한 집중을 통해, 일을 완수하는 사람은 드물다. 의지와 이성이 모든 인간에게 열려져 있지만,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고 균형이 잡힌 이성을 자신의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리더는 집중을 연마하는 자다.

노예로 태어났지만 후에 자유의 몸이 되어 그리스 아드리안 해안가에 위치한 니코폴리스라는 도시에 철학학교를 세운 사람이 있다. 에픽테토스(55-135년)다. 철학이 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을 통해 숙성된 삶의 철학으로 등장하였다. 주인의 학대를 받아 절름발이가 된 에픽테토스는 지팡이를 집고 일어서서 우리에게 호소한다. “여러분, 자신이 짧은 인생동안 반드시 완수해야할 일을 발견하여 그것에 집중하십시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 머리고 상상학고 내 두 손으로 시도하여 그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나의 욕심에 근거한 허상들이다.

에픽테토스의 제자인 아리안은 그의 강의를 요약하여 <엔키리디온>Enchiridion이란 책에 남겼다. ‘엔키리디온’이란 그리스어는 ‘손에 들어오는 조그만 책’ 즉 ‘인생수첩’이란 뜻이다. <엔키리디온>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엔, (내 생각에서 나온 나의) 의견, (충동억제를 통해 내려진) 선택, (무엇을 얻고자하는) 욕망, (무엇을 피하고자하는) 반감 혹은 회피, 한마디로 생각을 통해 걸러진 우리의 행위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엔, (젊음을 유지하려는) 육체, (운명의 여신이 선사하는) 재산, (남들이 부여하는) 명성, (통치자가 임명하는) 고위직, 한마디로 우리의 행위로 결정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유롭고, 거침이 없고,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힘이 없고, 누군가에 매여 있고, 타인에 의해 방해를 받으며, 다른 사람에 의지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발적으로 조용하게 완수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일, 운이나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결정에 좌우되는 불안한 일을 얼떨결에 추구한다. 그것은 마치 마라톤을 뛰고 있으면서 결승점을 상실한 상태다. 남들이 뛰고 있으니, 자신도 생각도 없이 바쁘게 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리석은 선택을 한 자신을 탓하지 않고, 남을 탓한다. 어리석은 자는 욕심과 체면의 노예가 되어, 일을 하기에, 신명도 없고 신명이 가져다주는 집중도 없다.

로마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일생의 마지막을 북유럽 전선에서 게르만족과 전쟁을 치루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글을 썼다. 우리에게 <명상록>이라고 알려진 책의 그리스어 원제목은 ‘타 에이스 헤아우톤’ta eis heautōn이다. 번역하지면, ‘그 자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다. 그는 자신을 1인칭으로 여기지 않고 3인칭으로 관찰하였다. 아우렐리우스 안에는 그가 되고 싶은 흠모하는 자신인 ‘그 자신’이 존재한다. 3인칭이 된 1인칭이, 매일 아침을 시작하려는 1인칭에게 당부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해 아침에 일어난다. 만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 (<명상록> 제5권 1단락)

아우렐레우스는 자신이 아침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그리스어로 ‘에르곤’ergon이라고 표현하였다. ‘에르곤’은 충동적으로 아무렇게 하는 저지른 일이 아니다. 에르곤은 마라톤을 달리는 선수가 반드시 두 다리로 달려 마쳐야할 구간(區間)이다. 이 구간은 목표점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단계다. 어떤 마라토너도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없다. 로마 시대 스토아철학에서 ‘에르곤’, 인간이 매일 매일 완수해야할 임무는 우주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기 위한 한 조각이다. 완성된 퍼즐이 우주이며 질서다. 라틴어 ‘오피키움’officium이란 단어는 스토아철학의 핵심사상을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일하는 직장을 의미하는 ‘오피스’와 같은 어원인 ‘오피키움’은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완수해야할 의무(義務)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이유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침을 묵상으로 시작하는 일은 나의 의무(義務)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의무란 내 자신(我)을 기꺼이 희생제단의 양(羊)으로 바칠만한 거룩한 일이다. 나는 그 의무를 오늘이란 구간에서 효율적으로 완수할 것이다. 의무는 남이 나에게 강요하거나 부가한 일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스스로 부과한 일이다. 인간은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자발적인 의무에 집중할 때, 자유롭고, 거침이 없고, 타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 내가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알고, 그것을 완수하려고 집중할 때 오늘 신의 선물이 있다. ‘침착沈着’과 ‘평안平安’이다. 오늘은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당신은 자신이 오늘 완수해야할 의무를 알고 있습니까? 당신이 스스로 희생양이 될 정도로 자신이게 감동적인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중입니까?”

<실내에서 독서하는 젊은이>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Vilhelm Hammershøi (1864–1916), 유화, 1898, 64.4 cm x 51.8 cm,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미술관 히르슈스프룽 컬렉션Hirschsprung Collection<실내에서 독서하는 젊은이>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Vilhelm Hammershøi (1864–1916), 유화, 1898, 64.4 cm x 51.8 cm,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미술관 히르슈스프룽 컬렉션Hirschsprung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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