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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기자
등록 :
2019-08-01 16:47

수정 :
2019-08-02 09:30

[행간뉴스]‘우호적 투자자’ KB자산운용 주주서한에 ‘적개심’만 드러낸 SM엔터

두달 만에 답변서 제출에도 구체적인 내용 담기지 않아
지적된 ‘라이크기획’ 합병·인세요율 인하 계획 없어
KB자산·한투밸류 등 기관투자자 합동 대응 나설지 주목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에 2차 답변서를 보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시장에서는 대체로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6월 20일 1차 답변서를 보낸 뒤 두 번째로 공개한 2차 답변서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KB자산운용의 요구에 대해 모두 반박하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재한 답변서는 오히려 ‘아티스트들의 전속 계약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기관투자자를 압박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5일 에스엠에 대해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주주서한을 보냈으며 7월 31일 에스엠은 이에 대한 답변서를 공개했다.

에스엠은 보고서에서 자사의 계획을 밝히기 앞서 KB자산운용의 주주서한 발표 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기사로 자사의 이미지가 추락했다고 호소했다.

에스엠 측은 “사업 특성상 대외적인 신인도 및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작금의 상황은 귀 본부가 우호적 투자자로서 제공한 조언의 방향과는 달리 사실과 다르거나 크게 왜곡된 기사 등이 다량으로 생성·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지 하락은 당사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스엠은 이 같은 어려움에도 이 시기를 새로운 도약의 전기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으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답변서 내용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분석이다.

각 부분별로 살펴보면 라이크기획 문제는 KB자산운용이 글로벌 음악 산업에 프로듀싱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역할을 간과해 잘못 인식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만 에스엠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은 에스엠 가수들에게 프로듀싱을 해주고 에스엠으로부터 인세를 받고 있다. 금액은 과거 19년간 965억원에 달한다.

KB자산운용 측은 지난 6월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은 현재 에스엠 매출액 6% 규모의 인세를 수령하고 있는데 지난 3년 평균 인세는 에스엠 영업이익의 46%에 달한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번 돈의 절반을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라이크기획은 주주들에게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라이크기획이 존재하는 한 에스엠의 경영방침에 대한 의심과 논란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엠은 답변서를 통해 “수많은 사업과 인력·비용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기업경영의 현실인데 사후에 영업이익 대비 몇퍼센트의 인세가 지급됐다고 단순 역산하거나 관련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액수 자체만 부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주주의 이익과 상충된다는 주장 또한 그대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만일 이제껏 받아온 프로듀싱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해 주요 아티스트들이 당사와 계약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는다면 당사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싱 계약 또한 외부 전문기관들의 객관적 자문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동종 사례 등을 면밀히 비교·분석해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됐다고 강조했다.

합병 요구에 대해서는 “라이크기획은 법인형태가 아니기에 이는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방안이고 당사가 그렇게 강요할 권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사업과 관련해서도 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에서 에스엠이 SM USA를 통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본업과 무관한 와이너리, 리조트, 레스토랑 사업을 영위하며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에스엠 에프앤비가 청담동 ‘SMT서울’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며 자본금 120억 투하 이후 6년 누적 -211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한 만큼 적자사업을 영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스엠은 1년여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구조적으로 개편·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및 검토해왔으며 회사를 통합 재편하며 전문성 있는 유수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 혹은 파트너로 유치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사업 정리 차원에서 K-POP 팬들이 방문하고 있는 코엑스아티움 운영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도 안내했다.

KB자산운용의 30% 배당성향을 요청에 대해서는 향후 주주환원을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인 배당, 자사주매입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에스엠의 입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이날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1일 에스엠은 전일대비 8.05% 하락한 3만25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3만1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에스엠의 주주서한에 대해 ‘투자자들도 주식회사 SM의 주인임을 간과한 답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에 관련해 JYP나 YG보다도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보유했으며 사옥에 대한 투자도 마무리된 만큼 금번 서한에 대한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 배당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도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연간 영업이익이 500억원 내외이기에 시가배당률 1%(약 80억원)만 하더라도 재무적인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에 대한 에스엠은 답변은 다소 왜곡된 주장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KB자산운용의 요구는 비핵심 및 적자 사업들의 정상화이지 매각·청산이 아니기에 답변은 분명한 왜곡”이라며 “왜 F&B가 3년째 연간 50억원이 넘는 적자가 나는지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부재한 가운데 요구사항에도 없는 훌륭한 랜드마크인 코엑스아티움의 운영 중단을 한달 넘게 검토한 것은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B자산이 대표로 한 주요 투자자들의 요구들에 대해 모두 반박하며 하나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부재한 것은 지분이 20% 내외에 불과한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위해 운영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1차 답변서 이후 2차 답변서 임에도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오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시장에서는 배당액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라이프기획의 인세 요율을 낮추는 정도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결국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주요주주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에스엠은 이수만 외 7인이 19.23%, 국민연금공단이 10.01%, KB자산운용이 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13%를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각각 5.01%, 5.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내부적으로 에스엠의 답변서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며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협의 중에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과거 지분을 보유한 골프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4대 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또한 에스엠에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추가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의 합동하는 모습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에스엠 답변서에 대한 반응은 ‘불쾌하다’는 느낌이 크다”며 “반박과 협박의 뉘앙스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답변서가 공개된 이후 주가가 많이 빠져 향후 기관투자자들이 단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이 모두 힘을 합치고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줘야 유리한데 국민연금의 참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여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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