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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기자
등록 :
2019-09-09 09:53

수정 :
2019-09-09 17:30

6000평 ‘땅 싸움’, 과천 주공 8·9단지 재건축 삐걱

1983년 부림동 41번지 공동지분 묶은 게 화근
과거 9단지, LH에 승소했지만 지분 갈등 여전
철산주공 등 공유토지분할특례제도 이용 해결

3일 과천 주공 8·9단지 내 한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수 십년 전 등기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과천시 주공아파트 8·9단지 재건축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현재 각 조합 추진위는 지난 2월 고시받은 공동 재건축 의견 합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대지지분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를 두고 선전전까지 벌이고 나섰다.

문제의 발단은 1983년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9단지가 자리한 부림동 41번지를 분할하지 않은 채 공동 지분으로 묶어 처리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대지지분 문제도 당시 분할하지 않은 소유권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법적인 절차가 이미 여러차례 진행됐거나 너무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끝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든 상황이다.

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과천 8·9단지는 등기부등본상 대지지분과 단지가 들어선 면적이 크게 차이(약 6000평)난다. 대지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실제 8단지가 점유하고 있는 면적은 약 2만4870평이지만, 등기상 면적은 그 보다 넓은 3만1032평이다.

반면 9단지는 실제 점유 면적이 1만7851평인데 반해 등기부등본에는 1만1689평으로 표기돼 있다. 등기면적 대로 하면 9단지가 6000여평 정도를 손해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1995년 과천 주공9단지 소유주들은 LH를 상대로 등기부등본상에서 빠진 대지 6000여평에 대한 소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1998년 법원은 LH측에서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한 수준인 21억 가량을 9단지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2002년 9단지가 단독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해당 6000평에 대해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9단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8단지 주민들은 오히려 9단지가 땅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8단지 소유자는 “83년부터 등기면적대로 세금을 납부한 쪽은 8단지”라며 “이미 법정 판결이 끝난만큼 소유주가 불분명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LH 관계자는 “워낙 오래 전이라 관련 법규가 미비했기 때문에 관례상 처리를 했을 수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LH와 주공 8·9단지 사이 법적 다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현재 여러차례 손바꿈이 일어나면서 결국 9단지 주민의 대지지분에 대한 억울함이 다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8단지 측은 과거 법적으로 보상을 받았던 대지지분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납득하긴 힘들다는 입장이 다수다.

과천 주공8·9단지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과천 지가가 1평당 2000만원이 넘어가는 데 소유주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8단지 주민들이 9단지에 지분을 넘겨 줄 리가 없다”며 “서류상 두 단지가 묶여 있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가 재건축을 같이 진행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8단지 단독 재건축 ▲8·9단지 공동 재건축 ▲공동 재건축 하되 대지지분 정리 검토 필수 ▲공동 재건축 시 동호수 분할 문제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추진위들은 각자 두 단지 사이 갈등을 풀어나갈 방법을 선전하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과천 주공 8·9단지 내 한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단지 내에는 ‘거짓과 허위로 재건축 지연시키는 박세욱팀에게 재산을 맡길 수 없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최경주팀에 동의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대지지분 6000평 퍼준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추진위원회 설립후 법률검토와 자문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겠습니다’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정비업계 담당자는 “과천 8·9단지는 등기부등본상 대지지분이 실제와 다른 문제를 포함해 과천시가 9단지 소유였던 현재 관문체육공원 일부 부지를 수용한 후 등기 정리가 아직 남아있는 등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곳”이라며 “LH의 과거 지분 분할 정리 미흡으로 재건축 사업시 정리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과천 8·9단지 뿐 아니라 등도 대지지분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과천 주공 7단지도 정비사업 중 소송전이 오갔다”며 “비슷한 사례로 철산주공 2·3단지와 하안주공 1·2단지가 있는데 이들은 공유토지분할특례제도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조언했다.

관할 지자체인 과천시는 난감한 표정이다. 주공 8·9단지 내 갈등을 인지하고 있지만 토지 소유주들의 합의로 이뤄져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과천 주공 8·과천시 주거정비1팀장은 “분쟁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지자체 권한으로 당장 특별한 행정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며 “지자체가 임의로 두 대지지분을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 추진을 하면서 서류상 지분정리를 하든 각자 재건축을 하든, 소유주들이 합의해 지적법상에 맞는 분할을 해 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왜 그렇게 행정처리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고 안타깝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2월 과천주공 8·9단지는 과천시에서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 받았다. 부림동 41번지 일원(13만7995㎡)에 기존 아파트 32개 동 2120가구를 최고 35층 높이 2810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게 골자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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