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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등록 :
2019-09-23 18:38

수정 :
2019-09-24 07:23

삼양식품 지분 전량 처분한 정몽규…아시아나 겨냥한 듯(종합)

1280만주 947억원 규모 모두 미래에셋대우에
고 정세영 선대회장부터 인연 사실상 마침표
회사측 “신규 투자와 지주회사 체계 위한 조치”
업계선 아시아나 인수전 실탄 마련에 힘실어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전경련 제공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올인할 태세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 당시부터 14년간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HDC현대산업개발을 통해 보유해왔던 삼양식품 주식 전량(보통주 1280만주·947억원 규모)을 23일 모두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대우에 처분하기로하면서다.

대한민국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HDC로서는 인수자금으로 최대 2조원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정 회장으로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HDC(옛 현대산업개발)과 삼양식품 두 회사 창업주, 고 정세영 회장과 고 전중윤 회장부터 이어온 선대 회장간 든든하고 끈끈한 백기사 인연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양식품 지분 전량인 127만9890주를 모두 처분하기로 이날 이사회를 통해 확정했다.

회사는 이날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주식을 처분할 방침이다. HDC는 삼양식품의 2대주주로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규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와 비계열지분 처분을 통한 지주체계 강화를 위해 타법인 주식 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HDC는 삼양식품의 이날 종가(7만7800원)에서 할인율 5%를 적용해 주당 7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매각 규모는 총 947억원이다. 아울러 삼양식품 주식 처분과 동시에 미래에셋대우와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 매각 시 매각금액과 정산약정금액의 차액을 정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이번 HDC의 삼양식품 지분 처분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실탄 마련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양식품 지분 전량 처분으로 늘어나는 실탄이 1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쇼트 리스트에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손잡고 이름을 올린 HDC그룹은 인수금액이 최대 2조원에 이를 수 있다. HDC그룹이 현금성 자산이 1조원 안팎으로 적지 않다고 하나 리스크 헤지 차원 등으로 추가적인 현금 확보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앞서 HDC그룹 자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규 회장은 최근 건설사업 비중을 줄이면서도 골프 리조트 유통 호텔 면세점 등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전도 새 먹거리를 찾으면서도 재계 30위권 HDC그룹을 굴지의 대기업 반열에 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읽히기도 한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 겸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국내외 직함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HDC그룹(옛 현대산업개발)과 삼양식품 선대회장간 끈끈한 동행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실제 두 회사의 창업주, 고 정세영 회장과 고 전중윤 회장의 끈끈한 관계는 모두 이북(강원도)이 고향이라는 인연 때문이다. 1998년 삼양식품이 부도를 맞은 지 7년후 2005년 고 정 회장은 지분 25%를 매입해 백기사 역할을 했다. 회사가 일본 기업에 팔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대주주 편에 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14년간 백기사 역할을 하던 HDC그룹이 지난 2월 삼양식품 오너 일가에 불리한 주주제안을 하는 등 올 초부터 정몽규 회장과 전인장 회장간 균열 조짐이 일기도 했다.

이번에 정몽규 회장이 삼양식품 보유지분 전량을 털어내기로 하면서 현재 2세 회장간 인연에서 협력관계가 마침표를 찍게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HDC는 삼양식품 지분율이 17%로 제2대 주주역할을 해왔다.

한편 이번 블록딜 직전 삼양식품 지분 구조는 삼양내츄럴스 등 특수관계인이 47.22%, HDC 16.99%로 구성된다. 작년까지 5% 이상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올 들어 지분율을 4%대로 낮추면서 주요 주주에서 빠졌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직접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주체여서 HDC의 이번 지분 매각과는 별개로 볼 수 있다. HDC는 지주회사로서 투자가 주 사업분야여서 향후 투자처를 찾았을때 적절하게 투자하기 위한 유동성 마련을 위한 매각”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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