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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9-10-25 13:59

[이재용 파기환송심]재판부의 이례적 당부…‘작량감경’ 가능성 높이나

부장판사의 이례적 3가지 당부 발언
“준법감시, 혁신, 신경영 하길 바란다”
보기 힘든 장면에 작량감경 예측 나와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재판 출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국정농단 사태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판사의 이례적인 첨언이 눈길을 끌었다. 서두에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판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0시10분 이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예정 시간 2시간여 전부터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이는 등 열띤 열기 속에서 재판은 정준영 부장판사의 마지막 직언에서 정점을 찍었다.

정 부장판사는 “오늘 공판을 마치기 전에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을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고 이런 위법 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며 “몇 가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부장판사는 3가지를 촉구했다.

우선 그는 “첫째로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가담한 횡령과 뇌물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실효적인 기업내부 준법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며 “미국 연준 제8장과 그에 따른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 감시 제도를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로 재벌체제에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한 경쟁이 가로막혀 있어 우리 국가경제의 혁신형 모델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며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폐해를 시정하고 최근 혁신을 통해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경험을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제시했다.

끝으로 그는 “이재용 피고인이 어떠한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만 51세가 되던 해인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했는데 올해 같은 나이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막판 5분여간 지속된 정 부장판사의 이례적인 발언에 이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네”라고 답하며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복수의 법조계 인사는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판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법 판단 경험이 많은 재계 관계자들도 “마지막 문구는 강력한 쇄신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사의 당부 비슷한 말은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토대로 ‘작량감경’을 예측하는 시선도 나왔다. 작량감경은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더라도 법률로 정한 형이 범죄의 구체적인 정상에 비춰 과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관이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국정농단과 관련해 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뇌물액이 70억원에 달하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법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과거의 신경영에 준하는 신경영을 하라는 취지로 들었다”며 “그러나 저희가 섣부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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