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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등록 :
2019-10-29 15:16

불확실성에 신경영 요구까지…50돌 삼성과 이재용의 고민

다음달 창립 50주년 조촐하게…“축포 쏠때 아냐”
이 부회장 향한 재판부의 이례적 발언에 한숨만
“1993년 신경영과 지금의 상황이 같나?” 비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재판 출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삼성그룹의 앞날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축포를 쏘아 올리기는 커녕 숨죽여야 할 때라는 인식에 둘러싸였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날로 어려워지는 데다가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한 사법부의 이례적인 발언까지 더해져 고심이 깊어진 형국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조촐하게 기념하고 넘어갈 전망이다. 특별한 행사 없이 사업부문별 부문장의 대내 통합 메시지 발표 정도가 점쳐진다.

연초부터 계획한 이날 기념행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50년 역사를 재조명하는 사사가 기록으로 이를 대신할 계획이다. 총수로서 주목받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사적인 기념사나 비전 발표도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부 ‘총수 부재’의 위험이 여전하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 ‘신경영’ 선포를 사법부에서 우회적으로 요구받으면서다. 미·중 무역 전쟁과 중국의 거센 추격 등 경영 상황 악화와 실적 반 토막 같은 지표는 이미 뒤로 밀릴 정도로 인식돼 불안 요소로도 거론되지 않는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지난 25일 국정농단 사태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정준영 부장판사의 당부가 나오면서 이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해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이날 정 부장판사는 내부 준법 감시제도 강화와 이건희 삼성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과 같은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재판 막판 직언했다.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라는 전제가 서두에 깔렸지만 재계와 법조계의 혼란은 가중됐다.

일각에선 집행유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때까지 이 부회장이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더욱 엄격하게 다룰 수도 있다는 엄포로 보는 시선도 만만찮다. 아예 재계에선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내놓은 ‘신경영’과 지금의 이재용 부회장 상황을 대입하기도 무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게다가 시간으로 보면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을 유무죄 판단 심리기일로 정했다. 이어 12월 6일을 양형 심리기일로 확정했다. 총 2번의 심리 기일을 잡은 셈이다. 이르면 연내 선고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남은 두 달여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이 고강도의 계획을 내놓아야 하느냐는 물음이 뒤따르는 데 물리적으로 촉박하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그렇고 이를 맞추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3년간 180조원) ▲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133조원) ▲QD디스플레이 투자(2025년까지 1000억원) 등 사회적인 고용 분위기와 기업 내부적인 미래 사업 계획에 호응하기 위해 굵직한 목표를 내놨다.

여기에 당장 이 부회장의 거취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이미 멈춘 글로벌 인수합병(M&A)이나 추가 투자에 더 큰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무리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최근까지 보인 그룹 차원의 ‘총수 행보’도 향후 가시밭길이긴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전자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지난 추석 연휴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삼성물산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잇단 해외 출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0일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해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 발표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격려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과 9차례 만났다는 것을 두고도 일각의 반발이 거세지는 만큼 ‘컨트롤 타워’로서 부담감은 더해졌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재계 관계자는 “창립 50주년 행사를 조용하게 넘어간다는 것은 국내 기업 환경에서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역사는 평균 17년 내외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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