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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 가득했던 은성수 위원장-은행장 상견례

[현장에서]냉기 가득했던 은성수 위원장-은행장 상견례

등록 2019.12.12 16:55

수정 2019.12.12 16:56

정백현

  기자

당국-은행권 냉랭해진 분위기 그대로 드러내殷, 은행 영업 행태·국내 과당경쟁 직설 비판은행장들 일제히 침묵···국책은행장들만 여유한 달 뒤 새해 모임에 분위기 전환 여부 주목

DLF 대책에 대한 논의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DLF 대책에 대한 논의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가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은행장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과거의 은행장 간담회와는 달리 비장한 분위기가 회의장에 감돌았다.

극적으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했지만 이날 간담회 현장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은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사실상의 상견례나 다름없었다. 금융위에서 은행장 간담회가 열린 것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 만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해외 출장 중인 허인 국민은행장을 빼면 대부분의 은행장들이 참석했다. 특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징계 가능성이 언급되는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은 위원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간담회는 은행장들이 이른 시간 한꺼번에 회의 장소로 들어오면서 당초 회의 시작 예정시간인 오전 8시보다 약 10분 정도 빠른 시간에 간담회가 시작됐다. 회의가 계획보다 빨리 시작된 탓에 ‘지각생’이 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부리나케 자리에 앉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 앞서 “제 방에서 커피라도 한 잔 하시면서 얘기 좀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한꺼번에 다들 들어오셔서 아쉽네요”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보였다. 그러나 은행장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은 위원장의 농담을 받았다. 과거의 은행장 간담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사실 이번 간담회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1월 DLF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신탁 상품 판매를 봉쇄한 것이 단초였다. 여기에 은 위원장이 “정부 정책에 은행의 처지를 고려할 수는 없다”며 다소 강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DLF 사태 관련 대책의 최종안을 사실상 ‘통보’ 받기 위해 이른 아침 간담회에 소환된 만큼 은행장들의 표정이 밝을래야 밝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은 위원장의 웃음 섞인 농담에도 무거운 분위기는 계속 됐고 그대로 회의가 시작됐다. 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작심이라도 한 듯 은행의 단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첫 번째 비판거리는 은행의 영업 행태였고 두 번째 비판거리는 은행 간의 과당경쟁이었다.

은 위원장은 “여전히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고 “은행들이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연금 제공 등을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펼치는 현실이 안타깝고 거북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에 본점을 둔 일부 시중은행들의 지나친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이나 비수도권 지방 점포 확장 등을 언급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굳이 지방까지 내려올 이유가 있느냐 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은행장들은 고개를 숙인 채 사전에 배포된 은 위원장의 발언문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은 위원장은 “귀를 기울여 들으면 마음이 통한다”면서 은행장들의 화답을 원했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 DLF 대책과 큰 연관이 없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나 임기 만료를 앞둔 김도진 기업은행장, 처음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 대표들만이 짐짓 여유 있는 표정을 보였을 뿐 시중은행장과 지방은행장들의 표정은 내내 무거웠다.

은행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신탁 상품에 대한 판매를 일부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은행의 신탁 상품 판매 관련 감독 수위를 내년부터 높이는 조건으로 금융당국이 은행장들의 건의를 수용했다.

은행장들은 그럭저럭 원하던 성과를 얻어가며 정부서울청사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누구도 밝은 표정을 짓지 않았고 이렇다 할 말을 남기지도 않았다.

은행장들과 은 위원장은 한 달 정도 뒤 곧 다시 만날 예정이다. 2020년 1월 초 범금융인 신년 인사회도 있고 새해 첫 번째 은행연합회 이사회 후 만찬에도 은 위원장이 초청됐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한 달여 뒤의 표정도 크게 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통 능력’에서 인정을 받아 온 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은 위원장에게 공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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