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훈 기자
등록 :
2019-12-20 14:30

수정 :
2019-12-20 15:08

호텔→항공사→비행기 리스…더 강해진 박현주의 ‘투자 본능’

내년 1분기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 법인 설립
타이틀리스트 투자 등 연이은 대박 행진 기대
경영일선 물러난 박 회장…‘대체불가’ 존재감

아시아나항공 빅딜에 성공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항공기 리스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싱가포르에 항공기 리스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9조원을 넘긴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한 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 금융리스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왔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총 84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65대는 리스(lease)방식 운영 중이다. 리스 계약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연간 지급해야 할 운용 리스료만해도 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항공기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난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미래에셋이 항공기 리스사를 설립하면 경쟁사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래에셋도 항공기 리스 사업을 통해 그동안 오피스빌딩이나 호텔 등에서 이뤄지던 대체투자의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빅딜의 대가’라 불리는 박현주 회장은 과거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이미 수많은 M&A 성공사례를 남겼다.

1958년생인 박 회장은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한 뒤, 1997년 증권사 동료들과 함께 자본금 100억원짜리 벤처캐피탈을 세우며 경영인으로 나섰다. 이후 자산운용·증권·보험사를 잇달아 출범시키며 창업 20여년 만에 자기자본 13조7000억원(그룹 전체 기준)의 ‘대형 금융그룹’을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은 2015년 12월 옛 대우증권을 인수해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고, 2016년 11월에는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 생명을 인수했다.

박 회장은 2011년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 인수에 성공했다. 박 회장의 투자 중 가장 성공적인 M&A로 꼽히는 이 계약은 미래에셋을 넘어 국내 PEF 운용사의 해외기업 M&A 사례 중 최고의 계약으로 회자된다.

당시 미래에셋은 훨라코리아를 SI로 내세워 총 1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기존 최대주주였던 포춘브랜드로부터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는 국내 자본이 글로벌 1위 소비자 브랜드를 사들인 첫 사례인 데다 SI와 FI의 성공적인 협업을 통한 인수로 큰 주목을 받았다.

아쿠쉬네트는 5년 뒤인 2016년 11월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했고 지분 50%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은 그동안의 배당수익과 매각차익 등을 포함해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미국 호텔 15곳.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최근 연이은 대형 투자 소식을 전하며 오히려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앞세워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15곳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이 인수할 호텔은 안방보험이 2016년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부동산으로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호텔, 실리콘밸리의 포시즌스 호텔 등 미국 9개 도시에 분포해 있다.

인수금액은 58억 달러(약 7조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인수 완료 후 소유권은 넘겨받지만, 호텔 운영은 그대로 현재의 운영사에 맡길 예정이다. 이는 미래에셋그룹이 기존에 다른 호텔들에 투자하면서 사용한 방식이다.

해당 계약은 사모펀드 블랙스톤, 브룩필드 자산운용, 싱가포르투자청(GIC),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인 호스트 호텔스 앤 리조트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과 경쟁해 이룬 것이라 더욱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됐다.

국내에서는 2017년 네이버와 1조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여기에 이달 초에는 네이버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에 약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거침없는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8000억원 투자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다. 미래에셋은 네이버파이낸셜의 미래 성장성과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글로벌 본사(홍콩법인) 회장과 글로벌경영전략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실질적으로 미래에셋의 모든 투자와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며 “최근 미래에셋의 대형 투자들도 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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