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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권홍사-강성부…인물 관계도로 본 한진그룹 운명

조현아·KCGI·반도 3자대면…경영권 향방 미궁
권홍사 회장, 이명희 고문과 친분…장녀와도 접점
KCGI+델타항공 등 의외세력 연대 가능성 열어둬야
조 회장, 대한항공 인력 한진칼 파견…표대결 준비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미궁 속에 빠졌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4월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그룹 총수에 올랐다. 하지만 가족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그룹 지주사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조 회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세력은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조 회장의 독단경영을 공개 비판한 조 전 부사장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뜻을 같이한다. 또 KCGI, 반도그룹 등 한진칼 주요 주주와 접촉하며 세력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승기를 잡았다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조 회장 역시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과 만난 주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보장할 수 없고, 델타항공과 KCGI 연합 등 예상치 못한 주주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열려있다.

◇가족간 화해 혹은 갈등봉합 실패…‘이명희+조현아’로 기우는 무게추? = 조 회장은 오는 3월23일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 연임안이 통과되려면 가족 동의가 필수적이다. 오너가 중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표대결 우위를 확언할 수 없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 고문(5.31%)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총 28.94%다. 오너가를 제외한 주요 주주는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그룹(8.28%), 국민연금(4.11%)다.

표면적으로는 조 회장이 불리하다.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라며 조 회장과 큰 다툼을 벌인 이 고문은 사실상 장녀 편에 섰다. 막내는 구체적인 노선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모친의 뜻을 따를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경우 조 회장은 최대주주 지분 중 10.67%만 확보하는데 그친다.

조 회장은 우선 조 전 부사장에게 합의점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가족간 통합이 성사된다면 조 회장은 큰 탈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3대주주 델타항공과 4대주주 반도그룹은 잠재적인 오너가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최근 KCGI, 반도그룹과 3자대면을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조 회장의 화해 제안에도 동생을 거세게 몰아부친 셈이다. 시장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단순한 경영복귀가 아닌, 그룹 회장직에 앉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은 조 전 회장과 체육계 인연으로 맺어졌다. 이 고문과도 적지 않은 친분이 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인 아버지를 대신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임원들을 만나거나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등 체육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 관련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권 회장과의 접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고문과 조 전무, 권 회장과 힘을 합치면 26.55%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KCGI와는 손을 잡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오너가의 방만경영을 문제삼아 왔다. 특히 항공업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호텔과 레저 사업 등을 처분하라고 주장했다. 호텔과 레저, 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조 전 부사장과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양 측간 모종의 거래가 성사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은 44%에 달하는 지분을 끌어모으게 된다.

◇KCGI, 반대편 설 가능성 충분…조원태 회장 표대결 준비돌입? = 조 전 부사장이 주요 주주들과 만났지만, 이들과 힘을 합치는 것으로 보긴 이르다. 단순한 의견 교류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CGI는 오너가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는데 의미가 크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같은해 8월 조 회장 등 경영 일선에 있는 오너에게 그룹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논의하며 만남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조 전 부사장이 비롯 현업에서 물러나 있지만, 이번 회동이 향후 개선 방향 등에 대한 KCGI의 입장을 오너가에 전달할 수 있는 첫 자리인 셈이다.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입장차를 좁혀지지 못할 경우 다른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조 전 회장 때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온 델타항공은 조 회장 측 세력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표대결 상황이 벌어지면, 조 회장에게 유리한 편에 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지분 매입 이유로 ‘전략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해 KCGI와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 대 조 전 부사장 및 오너가+반도그룹 대 KCGI+델타항공’이나, ‘조 회장 등 오너가+반도그룹 대 KCGI+델타항공’ 등의 구도가 예상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 지분율은 10.67% 대 26.55% 대 27.29%이고, 두 번째는 37.22% 대 27.94%다. 4%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오너가 반대편에 설 경우,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결정된다.

조 회장이 반란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임직원을 한진칼로 파견시켰다. 그룹 핵심 인력이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쏠려있기 때문에 한진칼 지원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당장 3월 예정된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들에게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 등의 임무를 맡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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