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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1-29 13:12

한진칼 파벌싸움 윤곽, 조만간 드러난다

KCGI, 늦어도 2월 중순께 주주제안 발송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 안건 유력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복귀 관련 요구할수도
임기만료 사외이사에 반도나 KCGI측 진입 가능성

그래픽=박혜수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벌이는 경영권 분쟁 구도가 다음달 중순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 KCGI가 내놓는 주주제안에 따라 누가, 누구와 공동전선을 구축했는지 향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KCGI는 늦어도 다음달 14일께 한진칼 측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작년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6주 전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한진칼은 지난해 3월29일 주총을 개최했다.

KCGI는 지난해 1월31일 한진칼을 대상으로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바 있다. 전년 3월23일 주총 개최를 감안할 때 2월7일이 시한이지만, 이보다 일주일 가량 앞서 움직였다. 올해 역시 데드라인보다 일찌감치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KCGI는 당시 ▲김철규 회계사를 감사로 선임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 ▲감사위원회에서 감사를 대체할 경우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을 감사위원으로 선임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사내이사가 아닌 1명을 새롭게 선임 ▲이사 보수한도 총액 감액과 감사 보수한도 증액 등 5가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첫 번째 주주제안은 실패로 끝났다. 소수주주인 KCGI가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6개월 보유 특례규정을 충족해야 하지만,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의 등기 설립일이 6개월 미만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KCGI의 올해 주주제안에 따라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간 경영권 다툼 구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욱이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격적인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우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3월23일자로 만료되는 만큼, 연임 반대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조 회장이 주주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 회장이 아닌,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KCGI는 조 회장이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직원을 불법파견하는 등 전근대적 행태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한항공을 동원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과거 일을 들춰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새로운 경영진이 한진그룹의 과도한 부채비율 축소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석태수 한진칼 사장 사례를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KCGI는 지난해 석 사장이 과도한 겸임을 하고 있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며 주주권익을 침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연임을 거부했다.

KCGI는 조 회장 자리에 조 전 부사장이 앉는 구상을 그릴 수 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그룹이 비공개 회동한 만큼, 이들끼리 힘을 합치기로 한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 이 예상대로라면 조 전 부사장 복귀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 교환이 오갔을 수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1석을 KCGI나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측 인사가 채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반도그룹은 이달 초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리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권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경영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1석을 차지할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KCGI는 자신들에 유리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진입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그룹 역시 측근을 포진시키려 할 수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말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대주주와 밀접한 관계의 사외이사들이 구성원이어서, 위원회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

KCGI는 사외이사 증원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3인 이상’이면 되고, 인원을 늘리는 데 제약이 없다. 현 사외이사 해임을 주장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외이사 수를 늘려 경영권 참여를 시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조 전 부사장 복귀와 연관 지을 안건이 없거나 사내이사·사외이사로 추천된 인물이 반도그룹 등과 무관할 경우 3자 연대 실패를 가정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KCGI가 어떤 안건을 내놓는지에 따라 남매간 경영권 싸움이 주총 전 마무리될지, 주총이 기폭제 역할을 할지 추측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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