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3-16 15:06

방향 굳어진 기준금리 인하…‘소비·성장·기업 유동성’ 세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금명간 임시 금통위 개최…금리인하 유력
美 연준 양적완화 카드 결정적 영향 미쳐
부작용 우려되지만 실물경제 살리기 우선
‘코로나19 맞춤형 지원책’ 등장 여부 관건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는 가운데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돈을 대대적으로 푸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고 경제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으며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극대화하고자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를 얼마나 내리느냐로 향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7일 또는 18일에 금융통화위원회 임시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임시로 열리는 것은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통위가 이번 임시회의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인하돼 1.00% 이하로 결정되면 국내 통화정책 사상 처음으로 1%대 내지는 제로금리 시대가 시작된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심리 회복,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의 극대화, 경제성장률 하락 저지 등의 정책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단 전망이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해외 반응 보겠다던 한은, 美 결정에 움직여 = 이미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주요국이 너도나도 금리 인하를 발표하는 등 통화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의 움직임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친 쪽은 미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5일(현지시간) 오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1.00~1.25%인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려 0.00~0.2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 회귀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시작해 시장에 돈을 적극 푸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키로 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카드를 다시 꺼낸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 전망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필적할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달러의 유동성 강화를 위해 스와프 금리를 내렸고 일본은행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9년 만에 임시 금융정책회의를 열고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변동되자 한은도 움직이고 있다. 이미 한은은 지난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통화정책 대응을 지켜보며 기준금리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움직인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 결정만 남긴 상태가 됐다.

◇왜 금리 인하 카드인가? = 현재 상황에서 한은이 꺼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는 금리 인하가 사실상 유일하다. 현재 상황은 여행·서비스업 등이 이미 최악의 업황을 보이는 상황에서 내수 소비가 침체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는 등 각종 지표가 나쁜 상태다.

전통적으로 금리 인하는 둔화한 재화 소비가 다시 확산할 계기를 만들고 기업 활동 원활화의 환경 조성 효과를 낸다. 통화당국이 은행과 증권사에 유동성 자금을 공급하면 이 유동성 자금이 자금난에 신음하는 기업에 흘러가 경영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재화 소비 둔화는 감염병 공포로 인해 시민들의 외출 자제 영향이 큰 만큼 금리 인하가 대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시장에 돈이 돌게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금리 인하로 시장에 활력을 돋워보자는 것이 당국의 해석이다.

물론 금리 인하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에 그로 인해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상태다.

그러나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은 나란히 과거 상황과 현재 상황은 확실히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각종 규제 장치가 가동되고 있기에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빚이 폭증하거나 집값이 치솟을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의 부작용보다는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인한 악영향을 막는 것이 국내외 경제를 위해 우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큰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적절한 정책 선택이 될 것으로 여러 관계자가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선택, 12년 전 카드의 데자뷔? = 이제 시장은 한은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0.25%포인트 안팎의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의외로 금리 인하 폭이 커져 미국처럼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금리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우리도 금리 인하 폭을 키워야 한다는 ‘매파 주장’도 존재한다.

다만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내려가면 해외로의 자본 유출도 걱정해야 하고 향후 통화정책의 여력도 고려해야 하므로 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에서 최대 0.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우세하다. 이번에 1차적으로 금리를 내린 뒤 오는 4월 9일로 예정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시점까지 지켜보자는 쪽이다. 만약 1차 금리 인하의 효과가 미비하다면 4월 금통위에서 추가 카드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 외에 또 다른 시장 안정 카드를 꺼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우선 12년 전 세계금융위기 당시 활용했던 유동성 공급 조치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은은 은행과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과 국고채, 통화안정증권 등을 사들여 18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채권시장 안정펀드, 은행자본확충펀드 조성 등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는 등 총 28조원의 돈을 시장에 풀었다.

물론 현재 상황이 12년 전 금융위기 상황과는 다른데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소상공인이나 중소·중견기업 등 특정 분야에 한정한 경향이 있는 만큼 계층형 또는 업종별 맞춤 지원 형태로 일시적 지원 대책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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