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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50개사 빨간 불···현실화 땐 항공·해운부터 위험

[코로나19 돈맥경화]대기업 50개사 빨간 불···현실화 땐 항공·해운부터 위험

등록 2020.03.25 18:07

김소윤

  기자

4월 6조원 규모 회사채 만기도래, 자금줄 말라 경색된 자금시장 뚫기 위해 ‘실탄’ 투입했으나위기 고조감 대한항공은 이미 ABS로 돈줄 풀어흥아해운도 회사채 만기 못버텨 워크아웃 신청일부 대기업은 수출입은행에 대출 전환 요구도회사채 만기 상환 못한다면 ‘흑자부도’도 가능

대기업 50개사 빨간 불···현실화 땐 항공·해운부터 위험 기사의 사진

“코로나로 기업 활동 제대로 못해 돈은 돌지 않고, 돈줄이 될 회사채 발행은 되지 않는데 갚아야 할 회사채 만기는 다가오고..”

최근에는 코로나발 금융위기에 이어 회사채발 금융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세계 경제까지 위협할 정도로 확산되면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던 회사채 시장마저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월은 통상 1년 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로, 그만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크다. 오는 4월에 만기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자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이 팔리지 않아 대기업마저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만일 코로나발 돈맥경화(돌지 않는 돈)가 현실화된다면 항공, 해운, 정유업종 등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항공업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염려해왔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이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각각 4조3542억원, 1조1700억원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 중 4950억원이 회사채인데, 절반 가량인 2400억원은 다음 달 만기가 다가온다. 최근 직원들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힘들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된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돈줄’이 막힐 것을 염려한 대한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은 오는 30일 6천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비롯한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ABS는 미래에 발생될 매출을 미리 담보로 잡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담보로 잡힌 자산의 부실률이 높아지면 상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기업 입장에선 발행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데, 이말은 다르게 말하면 또 그만큼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달에는 두 곳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대한항공의 신용 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에 대해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하향검토)로 등급을 강등시켰다.

두산중공업 역시 시장에서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27일 외화공모사채 5억 달러(약 6280억 원), 5월 초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4000억원이 돌아온다. 안그래도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와 탈원전 정책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대규모 희망퇴직 및 휴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기에 몰리자 두산중공업은 최근 마지막 보루인 국책은행에 손을 벌린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중공업은 수출입은행에 만기 회사채를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회사채 1조5000억원 중 1조원가량이 올해 4~5월에 몰려있고, 당장 4월 27일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6000억원 수준이다.

대기업 50개사 빨간 불···현실화 땐 항공·해운부터 위험 기사의 사진

국내 5위 해운사인 흥아해운 역시 회사채 만기를 버티지 못하고 이미(지난 12일)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회사채 267억원가량을 발행한 흥아해운은 작년 12월 주력인 컨테이너선을 장금상선에 매각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 주식 감자 등 조치를 취했지만 더딘 업황 회복에 우한 코로나 사태로 수출입 물량이 더 줄어들면서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대기업들도 자금줄이 마르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기까지 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회사채 등 단기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31조1000억원이라는 돈을 푼 것이다. 이 안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발행 정책금융지원금(4조1000억원), 단기자금시장 안정지원금(7조원) 등이 있다.

보통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은 이른바 ‘차환 방식’을 쓴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차환 방식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당국의 시장 지원 의지에 대해 증권가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시장 변동성 완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박세원 KB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의 경우 기업의 시장성 차입 수요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1999년보다는 2008년 크레딧채권 수요 확충 목적으로 운영한 채안펀드와 유사한 성격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단기적으로 만기도래 규모가 큰 CP와 금융채 위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금융지원의 경우 코로나 피해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 면세, 유통, 관광 등의 업종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다만, 최근의 단기시장 불안이 증거금 확보 등을 위한 증권사의 여전채 매도의영향이 반영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추가 확대 시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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