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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3-26 14:47

수정 :
2020-03-26 19:16

한진칼 ‘시세차익 2천억’ KCGI…장기戰 나선 이유

2018년 하반기부터 50차례 주식 매입
투입금액 3312억…현 시세 5000억 상회
지분 60% 담보 高이자 등 순이익 가늠 어려워
엑시트 보단 분쟁 이어가며 수익 극대화 노릴듯

그래픽=박혜수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보유 주식 절반 이상이 담보대출로 잡혀있어 만족할 만한 수익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이유다.

KCGI는 26일 기준 그레이스홀딩스와 엠마홀딩스, 헬레나홀딩스 등 7개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한진칼 주식 1108만8430주를 보유하고 있다. 총 지분율은 18.75%다. 지난 2018년 하반기 처음으로 한진칼 주식 294만주를 매입한 이후, 현재까지 약 50회에 걸쳐 주식을 사 모았다.

매입 단가는 2만원대 초반부터 5만원대 후반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다. 총 투입자금은 3312억원, 주당 평균단가는 2만9870원이다. 25일 종가 4만5300원 기준 KCGI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5023억원이다. 약 1711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KCGI는 빌린 현금을 주식 매수에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전체 보유 지분의 60%(11.32%)를 담보로 14건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초반에는 미래에셋대우나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거래처로 뒀다. 하지만 계약 연장 시점이 다가오자 대형 증권사들은 잇따라 주식담보대출 연장을 거부했다. 현금이 필요하던 KCGI는 유화증권 등 소형 증권사나 더케이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현재 5%대 안팎의 비교적 높은 이율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지난해 6~9월 약 7%에 달하는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이 시기 주가는 2만원대 중반을 오갔다. 금융기관은 통상 담보가치의 최대 70%를 인정해 준다. 단순 계산으로 약 500억원을 빌렸고, 25억원 가량의 이자부담을 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지난해 말에도 3% 가량 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평균 주가 3원대 중반으로 계산하면 대출금 600억원, 이자 3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한진칼 지분 0.41%를 담보로 1년 짜리 신규 주담대를 체결했다. 당시 종가는 6만300원이다. 약 100억원의 신규 현금을 확보했지만, 5억원의 이자도 함께 떠안았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주담대 이자 등 금융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유 주식 상당수가 대출로 묶여있어 상환 부담이 크고 투자받은 원금과 이자 회수, 기타 제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KCGI가 유치한 투자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상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은 8%대다.

시장에서는 KCGI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한 만큼, 당분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KCGI는 한진칼 투자 목적으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

KCGI가 현 시점에서 발을 빼는 것 보다는 분쟁 이슈를 좀 더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KCGI가 설립한 사모펀드 9개 중 7개의 존속기간이 3년이다. 원금 반납까지 2년 가량 시간이 남아있어 급할 게 없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의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임시 주총 등에서 판세가 바뀔 수 있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조 회장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반도건설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빠르게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양 측이 확보한 지분율이 90%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 주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분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 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KCGI가 비교적 저가일 때 한진칼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덕에 이익을 봤다”면서 “하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아 순이익을 가늠하긴 힘들다. 출구전략을 짜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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