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리포트]올해도 ‘종이호랑이’…국민연금 반대안건 모조리 통과

국민연금 주총 성적표 보니…반대표 던져도 통과
작년에도 반대한 안건 648건 중 11건만이 ‘부결’
주주권 행사해도 비리 연루 경영진 선임 못 막아
국민연금 최대주주 회사에서도 영향력 발휘못해

세계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총회를 열기도 전에 두 회장의 연임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슈가 있었다. 그 두 명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우선 조 회장의 경우 채용비리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손 회장은 작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이달(3월) 말에 있었던 우리·신한금융 주총에서 두 회장의 연임 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결국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국내 자본시장 ‘큰손’으로 불렸던 국민연금의 체면이 보기 좋게 구겨진 것이다. 또 최근 3월 정기 주총이 한창인 가운데 국민연금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의결권 행사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미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3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2월 결산법인 46곳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 80개에 대해 반대 또는 기권표를 행사했으나, 이 중 반대한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반대안건 부결률 ‘0%’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중 53개(부분 반대 포함)는 사내·외 이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된 안건이었다. 국민연금은 “기업 이해 상충”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지만 주총에서 해당 안건들은 모두 가결됐다.

무엇보다 올해 주총에서는 우리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권에서 비리 연루된 경영진들이 선임되는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국민연금은 이들 경영진이 선임되는 것 조차 막지 못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대표적인데,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이 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두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무난하게 연임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 1대 주주(9.38%)이며, 우리금융지주 2대 주주(7.71%)다.

지난 27일에는 대림산업 주총에선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을 반대했다. 보수 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춰 과다하고, 보수금액이 경영 성과와 연계되지 않았다는 게 국민연금 측 반대 논리다. 그러나 주총 결과는 회사 측 원안 승인이었다. 국민연금은 대림코퍼레이션(21.67%)에 이은 대림산업 2대주주(12.29%)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통하지 않은 것은 지분율이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아세아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을 반대했지만 최대주주 지분(43.07%)이 워낙 많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상장사에서도 국민연금 반대표는 회사 측 찬성표를 꺾지 못해 작년보다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선임 7건과 감사위원 선임 4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으나 해당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같은 날 열린 BNK금융지주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총 2건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안건이 가결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지분을 각각 9.94%, 11.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 반대에도 25%가 넘는 주주들이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주식 수 과반수 찬성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작년 정기 주총에서도 반대한 안건 648건 중 11건만이 부결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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