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부인은 집단감염이 발발했던 구로구 콜센터의 직원. 남편에 앞서 확진됐다가 지금은 완치된 상태다. 부부의 자녀들도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아들은 완치됐지만 딸은 여전히 입원치료 중이라고 한다.
4월 9일 0시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204명이다. 치명률은 1.96%. 일일 확진자 그래프는 몇 주 전과 달리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고, 치명률은 세계 평균(5.95%)보다 낮다.
단, 이들 수치가 그저 숫자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사실. 일주일치 사망자가 ‘+1’까지 내려갔다 한들 환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1명’은 틀림없이 지금 떠나서는 안 될 누구일 테고, 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테니. 물론 그 누구는 당신일 수도 있다.
숫자 너머 아직 오지 않은 비극의 당사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지금 하는 ‘나 하나쯤이야’ 따위의 사고방식은, 정말로 곤란하다.
# 좋은 님들
다수가 잘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가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임에도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재기 풍경을 찾아볼 수 없는 나라로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침착하고,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다. 공공장소나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 #인내와 #배려가 한국인 고유의 해시태그가 돼버린 느낌이다.
정부가 잘못할 때 서슴없이 질타를 쏟아내다가, 필요할 때면 한데 뭉쳐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도 한다.(feat.마스크 5부제) 숱한 역사적 고난 덕에 이런저런 상황별 위기탈출 DNA를 저마다 몇 개씩 장착하게 된 걸까?
일선 의료진과 방역당국, 관련 기관·업체 또한 든든한 편이다. 때로는 선제적 조치가 빛을 발했고(진단키트), 때로는 임기응변(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 세계가 놀랐다.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물품 지원 요청이 각국에서 쇄도하는 등 어느새 우리가 방역계의 글로벌 롤모델 국가가 된 듯도 하다.
아울러 이런 흐름이 각국의 비상식적 대처와 대조되면서는, ‘선진국=서구사회’라는 고정관념에 적잖게 균열마저 나는 모양새다.
# 나쁜 놈
연못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면 물결은 잔잔하되 전체로 퍼진다. 표면 전체가 물결의 파장 안에 드는 셈. 모두가 묵묵히 잘해도 단 한 명이 일탈로 모두의 안전이 잠식돼버리는 꼴이다. 이를테면 자가격리 행동수칙 위반자들.
우선 이상 증상이 있음에도 ‘유학 스트레스를 풀고자’ 제주도 곳곳을 누빈 일명 강남 모녀,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고 미술관·복권방 등을 방문한 군포 확진자 부부는 어떤가. 귀국 후 역시 자가격리를 위반-자택 대신 파주의 친척 소유 건물에 임시 거주하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 코로나19로 확진된 한 방송 PD도 있다.
나와 내 가족 아닌 타인의 사정 따위 ‘내 알 바 아니’라는 마인드가 흘러넘친다.
6일 18시 기준, 이처럼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는 등 감염병예방법이나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사례는 67건, 총 75명에 달한다. 이 중 6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했다. 처벌조항도 강화돼 벌금은 1,000만 원까지 매기는 게 가능하며(기존 300), 징역도 살릴 수 있다. 누가 봐도 ‘나쁜 짓’이니까.
# 방심한 놈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천지’는 비상식적 집단, 다단계식 사이비 군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대구·경북 지역의 폭발적 집단간염 중심에 신천지의 게릴라성 행보가 있었음은 명명백백하다. 종교탄압 운운하며 매주 오프라인 예배를 갖는, 실제로 집단감염을 일으킨 일부 교회들의 ‘민폐력’ 역시 만만치는 않다.
이렇듯 유례없는 감염병 대유행 시대 안에 들어섰음에도 기존 종교관에 갇혀 단 한 걸음을 못 떼고 있는 이들. 상황 판단 능력치가 제로거나 지나치게 오만하거나, 둘 중 하나지 싶다.
많은 사람이 경고했듯 유흥업소에서도 터졌다. 7일에는 보이그룹 초신성 출신 윤학이 일본에서 온 후 확진됐다는 사실, 그리고 그와 접촉한 유흥업소 여종업원 및 그 룸메이트 여성의 확진 판정 소식이 보도됐다. 서울시는 업소 내 접촉자 110여 명의 전수조사를 진행 중. 방역당국은 초긴장 모드다. 방심 또는 한심, 욕망들이 감염 공포마저 집어삼켰던 모양이다.
종교단체, 술집, PC방 등 집단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은 전국 도처에 널렸다. 의도야 어쨌든 파장의 잠재력은 앞서 본 ‘나쁜 짓’과 다르지 않을 터. 개인이 책임지고 말고 할 규모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 열린 결말
앞서 말했듯 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자가격리 위반에 관한 처벌이 강화됐다. 서울시는 휴업 권고를 듣지 않은 시내 422개 유흥업소(룸살롱, 클럽, 콜라텍)에 대해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정지다. 조금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도 싶다.
코로나19가 만든 소용돌이. 나라살림과 일상과, 국민들의 목숨마저 빨려들고 있다. 확실한 건 여전히 발병의 절정과 결말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뿐이다. 완전하고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가 우리를 구원하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구원해야 하는 셈이다.
재난영화의 공식, 주인공이 곧 닥칠 재난을 열심히 경고해도 제 잘난 맛에 돌출 행동을 하는 인물은 꼭 등장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지 않겠냐고? 물론 괜찮을 거다. 영화라면. 대개 해피엔딩이 잘 마련돼 있으니.
단, 현실의 결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뻥 뚫려있다. 그 구멍으로, 당신 하나 때문에 몇 명의 ‘n차 감염자’가 빠질까. 당신한테 달렸다.
[좋은 사람 되기, 어렵지 않아요 = ▲대중교통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기 ▲기침·재채기는 옷소매로 가리고 하기 ▲손 자주·꼼꼼히 씻기 ▲행사·모임 자제 등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수칙 꼭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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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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