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서 기자
등록 :
2020-04-10 07:01

수정 :
2020-04-10 08:09

‘취임 100일’ 윤종원 기업은행장 “勞心 잡기 힘드네”

상반기 경영평가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노조 “코로나19 대응에 실적 부담까지”
대출·보증·회사채 매입 등 업무도 산적
사측 “경영평가는 필요해…보완할 것”

신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첫 출근.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여전히 고민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국면 속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외부로부터는 호평을 받고는 있지만 내부에선 노조와의 갈등이 계속되는 탓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도 ‘상반기 경영평가(KPI)’를 놓고 미묘한 긴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코로나19 대응에 업무가 쏠려있는 만큼 평가를 미뤄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윤종원 행장 취임식 이후 잠시 회복되는 듯 했던 기업은행의 노사관계가 다시 험악해지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경영평가(KPI)를 유보하지 않으면 윤종원 행장 노동청 고발 건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18일 노조는 사측이 퇴근 시간 후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 시스템’을 무력화해 직원에게 편법으로 시간외 근무를 강제한다며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의 불만은 ‘코로나 지원’ 쪽으로 업무가 집중되고 있음에도 사측이 기존의 이익 목표치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긴급 자금을 구하려 영업점을 찾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자신의 실적을 위해 금융상품 가입까지 권유해야 한다는 데 직원 상당수가 회의감을 느낀다는 전언이다.

비록 사측이 상반기 실적 목표의 15%를 감축하고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 지점은 별도평가 실시 등 조치를 내놨으나 현장의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요구안에 ▲상반기 실적 목표 50% 감축 ▲퇴직연금 지표 목표 감축 ▲비이자수익(펀드·신탁 수수료) 지표 제외 등을 담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업계 일각에선 노조 측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힘을 모아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에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는 덴 대체로 동의하는 눈치다. 실제 기업은행은 소상공인을 위한 1.5% 금리의 대출 규모를 5조8000억원으로 늘렸고 ‘중소기업 경영정상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받아 ‘초저금리특별대출 간편보증 업무’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기업 회사채와 CP(기업어음)까지 매입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 측 요구에 윤 행장이 어떻게 화답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실 연초부터 이들은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 행장 내정 소식에 노조 측이 크게 반발하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여서다. 이에 윤 행장은 1월3일자로 임명됐음에도 본점에 발을 들이지 못해 27일 만에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이 앞으로도 되풀이된다면 은행 경영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다만 사측은 경영평가 중단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평가가 없다면 코로나 관련 지원을 열심히 한 직원·지점에 적절히 보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경영평가로 인해 코로나 지원이 저해되거나 위축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상당부분 보완의 필요성은 있다”면서 “보완의 정도와 규모는 지역적인 편차와 영업환경 등을 보다 면밀히 그리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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