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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원유ETN···“버티면 돼”vs“지금이라도 빠져나와야”

아비규환 원유ETN···“버티면 돼”vs“지금이라도 빠져나와야”

등록 2020.04.23 15:31

고병훈

  기자

동학개미, 3월 이후 ‘유가반등’에 2조4000억 베팅거래소 “원유 ETN,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 경고투자자 ‘갈팡질팡’···증권가 “유가 반등 쉽지 않아”

아비규환 원유ETN···“버티면 돼”vs“지금이라도 빠져나와야” 기사의 사진

국제유가가 전례 없는 폭락장세를 연출하면서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시장도 그야말로 아비규환에 빠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까지 추락하자,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해외 원유 선물 거래가 중단되는 전산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WTI 선물 레버리지 ETN과 관련해서 한국거래소까지 나서서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경고할 정도다. 거래소가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 전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유가 급락에도 투기성 강한 원유선물 ETN 등에 동학개미들의 투자 자금이 몰리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해 지표가치는 떨어지는데 투자자들은 계속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희망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상품 구조상 장기적으로 유가가 살아나도 손실이 쌓이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절대 장기간 투자하면 안 되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버티다 보면 결국 반등할 것’이라며 이번 하락장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지금이라도 과감한 ‘손절매’를 통해 조금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전날까지 유가 하락시 손실을 내는 상장지수증권(ETN) 8개 종목에 몰린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총 58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2종의 순매수 금액 1조8509억원을 더하면 이 기간 무려 2조4366억원의 투자 자금이 ‘유가 상승’에 베팅된 것이다.

하지만 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유가 급락세가 계속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의 경우 같은 기간 시장가격이 각각 91.18%, 88.20% 폭락했다.

이 2개 종목과 더불어 괴리율 과다로 거래정지 상태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및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등 원유 레버리지 ETN 4종의 시총은 전날 종가 기준 4345억원에 이른다.

거래소 측은 “이들 종목은 WTI 선물 가격 일간 수익률의 2배를 기초자산으로 한다”며 “따라서 WTI 선물이 하루에 50% 하락하면 수익률 -100%가 적용돼 기초지표 가치가 0이 되면서 투자금 전액 최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틀간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이날 깜짝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최근 과도한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19.1%(2.21달러) 오른 배럴당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 6월물 브렌트유도 5.38%(1.04달러) 오른 20.37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20달러선을 회복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이 유가 반등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의 배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걸프해역 북부에서 벌어진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고속단정이 조우한 사건과 관련해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경고가 중동의 긴장을 높이면서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5월 1일 OPEC+ 감산이 시작하기 전까지 유가를 지지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 “5월에 감산이 시작되기 전까지 유가 하락을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던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 우려를 활용해 유가를 지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개선 기대가 여전히 약한 만큼 당분간 저유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요가 늘더라도 유가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OPEC+의 적극적인 감산과 코로나19 진정이 맞물린다면 원유저장 수용가능량이 한계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약 예상과 다르게 원유 재고 축적 속도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WTI 6월물 만기일(5월 21일)이 임박했을 때에도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교통, 산업 등 경제활동이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원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유가 회복을 위해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및 원유수요 위축 완화, OPEC의 감산으로 인한 초과공급 완화, 저장능력 확보 등 정상적 상황으로 복귀가 전제 조건”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와 재고 증가 상황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단기적 가격 왜곡과 불안정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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