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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석달째]카지노·경마 자금까지 유입됐나…‘투자에서 투기로’

‘곱버스·FX마진거래’ 등 고위험 불나방 베팅
사행성 업종 ‘올스톱’…“상당수 자금 넘어와”
연매출 경마 7조5000억·스포츠토토 5조원
“위험 인식 부족 심각…‘개미 무덤’ 될 수도”

“최근 개인의 투자행태를 보면 투자를 하는 것인지 도박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이대로라면 ‘동학개미’ 세력이 ‘도박개미’로 불리게 될 것”


‘동학개미운동’이 어느덧 석달째에 접어들었다. 국내 증시서 일명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약 1조7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 등 거침없는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월간 누적 기준으로 지난 1월에 4조4830억원, 2월 4조8973억원, 3월에 11조1869억원을 순매수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4월에도 3조812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올해 들어 현재까지 누적 순매수 금액은 3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개미들의 주식 열풍이 거세질수록 투기성향이 높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가 아닌 원유나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개인의 투자금이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으로 대거 몰리며 주식시장이 흡사 ‘도박판’을 연상케 할 정도다. 급기야 시장에서는 카지노, 경마, 스포츠토토 등을 즐기던 이들이 주식에 유입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반등에 나선 지난 3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인버스)’라고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을 2조1030억원 순매수하며, 개인 전체 순매수 종목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곱버스’라고도 불린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은 ‘원유 광풍’을 주도했던 ‘KODEX WTI원유선물(H)(1조5444억원)’이 차지했다. 이들 상품은 동학개미운동을 탄생시킨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1조4293억원)의 순매수 규모마저 뛰어넘었다.

여기에 개인이 언제든 주식에 사고팔 수 있는 증시 대기자금(투자자예탁금+CMA 잔액)도 약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넘쳐나는 증시 대기자금이 지금과 같은 ‘투기성 투자’에 집중된다면 주식시장이 투기시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식거래가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 저금리 장기화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당수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신규 유입된 것”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진 사행성 업종의 자금도 상당수 흘러들어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카지노와 경마, 경륜, 경정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 중단 이후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한 해 평균 연 매출액이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에도 전세계 주요 스포츠 리그의 전면 중단으로 2달 이상 문을 닫았다가 이달 국내 프로야구, 프로축구 개막으로 겨우 숨통을 튼 상태다.

국내 사행산업 중 7조5000억원 규모로 업계 1위인 경마의 경우 지난 2월부터 경마가 중단되면서 증발한 매출액이 한 달 평균 약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경마공원을 포함한 전체 사업장 임시 운영 중단조치를 추가 연장해 오는 10일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10일 이후의 경마 재개 여부는 전염병 확산방지와 관련된 정부 정책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 긴급 임시휴장을 결정한 이후 6차례에 걸쳐 추가 휴장을 통해 임시 휴장기간을 연장했다. 한 달 평균 손실액으로 계산해볼 때 약 2조원이 넘는 매출액이 증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경륜과 경마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시적인 휴장 후 무관중 경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경기장이나 장외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바일, 온라인, 전화 등을 통해 경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경마, 경륜, 경정 등은 상황이 다르다. 온라인 발권이 안 되는 탓에 무관중 경기를 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만 들어갈 뿐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도 휴장을 또다시 연장했다. 강원랜드는 최근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카지노 영업장의 휴장을 오는 11일 오전 6시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3일부터 카지노 휴장에 돌입했으며, 3월 2일부터는 리조트 부문까지 휴장을 확대한 상태다.

평소 강원랜드 카지노를 즐겨 찾는다는 A씨는 “카지노가 문을 닫자 불법 도박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그런 와중에에 ‘FX마진거래’라는 것을 알게 됐고, 카지노에서 보던 홀짝 게임과 유사해 합법적인 주식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通貨)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금융투자상품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개미들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3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FX마진거래 대금은 총 21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1% 늘었다. 같은 달 기준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약 26조원 규모다. FX마진거래 거래량은 19만4212계약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3.9%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원유와 마찬가지로 환율 변동성이 대폭 커지자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FX마진거래는 투기성 짙은 금융투자상품이지만 A씨처럼 리스크(위험)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FX마진거래 증거금률을 높이고 교육도 받게 하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긴 했는데 원유 선물 ETN 상품도 그렇고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투기적인 거래가 횡행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병훈 기자 kbh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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